ㅅ중공업 전기모터 판매 담당인 김 과장은 최근 제주도 휴가중 포항제철 납품권을 따내 사내에서 '이달의 판매왕'에 '등극'했다. 그는 최초 투찰액 2천만원에서 20만원씩 감액되면서 최저 1천600만원까지 자동 투찰되도록 미리 컴퓨터에 등록해 놓고 휴가를 떠났다. 3박4일만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보니 자기 회사가 1천640만원에 낙찰되었다는 포철의 축하 메시지와 함께 전자계약서가 도착해 있었다.
예전같으면 서울~포항을 몇번씩 왕복하고 그래도 못미더워 입찰 3, 4일전부터는 아예 포항에 방을 얻어두고 쫓아다녀야 가능했던 일이, 포철의 전자상거래 도입으로 이제는 몇번의 컴퓨터 마우스 조작으로 말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포철은 신그룹웨어인 포스웨어를 본격 가동했다. 기존 사내 중심의 폐쇄형 시스템을 개방형으로 전환, 대외업무와의 호환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구매와 판매 등 모든 거래를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포철의 구매총액은 7조6천800억원이었다. 이를 전자상거래로 대체하면 순수원가 1천935억원, 조달시간 및 재고관리비용 318억원 등 총액의 3%인 2천306억원을 아낄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일반적인 입찰의 경우 관련 서류를 구비하는 과정에서 연간 167만장의 종이가 사용되는데 이 부분이 53억원의 현금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직접 거래에서 전자상거래로의 전환은 시대적 추세로 GE(제네럴 일렉트릭)사의 경우 구매금액의 10~15%인 5억~8억 달러, 필립스사는 10%인 5천만 달러 등 두자릿수 이상을, 국내의 삼성전자나 LG전자.삼성코닝 등도 2~3%의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입찰이나 납품 등과 관련해 '복마전'이라는 엉뚱한 오명을 벗는 한편 투명성을 보장받고, 또 겉으로 드러난 효과가 기대치보다 훨씬 높은데 대해 임직원 모두가 놀랐다.
포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한국통신.현대.한진 등과 함께 4개 그룹 26개사가 공동 참여하는 국내 최대 기업간 전자상거래 회사 (주)엔투비(www. entob. com)를 설립, 기계.통신.건설.운송.전자.화학 등 모든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10만개가 넘는 아이템을 갖추고 전자상거래업 진출을 선언해 놓은 상태다.
포철은 판매부분의 사이버 거래도 활성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사이버 세일즈팀을 신설한데 이어 사이버 마켓 스틸엔닷컴(Steel-N. com)을 통해 경매방식을 통한 철강재 판매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 최근 4개월만에 20만t의 거래량을 기록하는 성공작을 만들기도 했다.
유상부 포철회장은 지난해 창립기념사에 이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포철이 확보한 원가 경쟁력 위에 새로운 철강 e비즈니스의 모델을 만들자"며 오는 7월부터는 모든 거래를 '투명'과 '내실'이 함께 보장되는 전자상거래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남은 문제는 수요가와 고객의 자세전환. 최근 포철은 전자상거래 활성화 시책을 펴는 과정에서 전남 광양지역민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지역물건이 덜 팔릴 것'이라는 주민들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이라는 틀로 경제를 묶는 것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한마디로 글로벌 경제시대가 왔다는 뜻.
포철 섭외실 황인완 실장은 "산업의 축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는 이상 기존 업무관행을 떨치지 못하면 앞으로 2, 3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말로 e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화를 읽지 못하는 기업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시대의 교훈이 포철의 전자상거래 활성화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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