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데스크-문화재의 대한 異設

입력 2001-03-06 15:14:00

지난달 어느 국제공항에서 있은 '문화재 밀반출사건'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이 붙은 한토막 해프닝.

일본인 관광객 20여명이 부산·대구의 고미술품가게를 돌며 흔히 말하는 골동품을 사갔는데, 공항세관에 걸려버렸다. 이것이 엄청난 외국인 문화재 밀반출사건으로 보도되면서 이중 일본인 4명은 사흘간 출국이 묶인채 경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른후 포기서를 쓰고서야 귀국할수 있었다. 당연히 이들 물건을 판 대구상인들도 부산경찰에 줄줄이 불려가 피의자조서를 받아야 했다.

◈거미줄 같은 문화재 보호법

문제는 출국대에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으나(문화재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동산에 대한 신고의무위반) 이후 한국에 대한 이미지 먹칠과 관광손실 등 그 후유증은 두고두고 남는 것이었다.

이들 일본관광단은 골동품 밀반출을 노린 전문꾼들이 아니라, 우리식으로 말하면 소위 '문화탐방단'이었다 이들이 대구에 몰려와 사간 물건들은 그 연대가 수백년된 것이긴 하나 고가의 반출불가 문화재가 아니라 겨우 2만~3만엔 값어치 밖에 안되는 섭치(변변찮은 물건)들이다. 문화탐방 기념품쯤으로 여겼을 이 물건들은 기실 신고확인만 받으면 반출이 가능한 비문화재에 속하는 것이었지만 일본사람들은 한국을 잘 몰랐고, 세관당국은 법의 '운용의 묘'에서 비판거리가 돼버린 것이다.기실 그쪽 일본의 관광업체는 이탐방단의 투어를 첫발로 다음엔 한국역사탐방시리즈를 잇따라 계획했던 터였고, 이 계획은 이번 사건으로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앞문 송사리에 뒷문 대어 놓쳐

이 한가지 '해프닝'에서 우리는 문화재를 다루는 행정의 시행착오와 한국관광산업의 현주소를 읽게 된다. 엉뚱하게도 작은 것은 괜히 걸고 넘어지고, 큰 것은 다 빠져나가게 만드는게 우리의 문화재 보호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 우리의 문화재정책만큼 이기적인 것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그것이다.

우선 행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때 관료들이 제일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은 금지하고 규제하고 처벌하는 조항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법을 수십년동안 계속 써먹는 것이다. 항구와 공항의 문화재감정관실의 허약한 전문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문화재와 비문화재의 판정, 세관통과와 불통의 잣대에 말썽의 여지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 숱한 출입국자들의 경험담이다.

중국에서, 일본에서 우리 문화재를 사들여오는 상인들의 말을 빌면, 세관에 신고만하면 비과세로 들여올 수 있지만 무슨 영문인지 당일처리가 되지 않고 사나흘씩 물건을 잡아놓고 애를 먹인다는 거다. 이때문에 "우리문화재 갖고 오는데 뭐 어때?"싶어 신고 않고 들어오다 재수없으면(?) 미신고로 몽땅 압류당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해외반출 문화재의 회수를 장려하면서 한쪽켠에선 골탕먹이는 모순이다.모순은 그뿐인가? 수십만달러를 주고 국보급 문화재를 갖고 들어왔을때 문화재 회수독려와 외국환관리법위반의 충돌문제의 해법은 어떤가. 이 역시 현실은 '이현령비현령'이다.

◈문화재거래 합법화 바람직

얼마전 어느 외국인이 자국에 반출해갔던 가야·신라토기 수백점의 문화재를 박물관에 기증했다고해서 신문·방송마다 댕큐를 연발한적이 있다. 그러나 냉정히, "이 많은 문화재가 도대체 언제 어떻게 반출된 것이냐"를 생각하면 댕큐만 외칠 계제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뇌물을 먹여서, 공예품으로 둔갑해서, 심지어는 외교행낭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토기·청자·분청사기·불상들은 없을까? 앞문 송사리에 뒷문 대어(大魚) 다놓칠까 그게 걱정이다.

끝으로, 우리문화재 정책의 아주 이기적인 것 하나. 국제적으로 유명한 고미술품경매 즉 소더비경매가 한국에선 발을 못붙이는 현실도 안타깝다. 경매장에 나온 한국문화재를 외국인이 살 수는 있어도, 갖고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도, 중국도 소더비경매는 대단한 활기다. 문화재인 동시에 훌륭한 상품이기 때문이다.결국 우린 아직도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내어보내도 될만한 문화재의 합법적인 거래·반출은 오히려 불법반출을 줄일 수도 있을 뿐더러, 한국문화에 대한 국제적 이해와도 직결되는 것인데, 우린 계속 우리것만 끌어안고 있다.

姜健泰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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