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의 제임스 본드를 닮은 스파이가 IT업계에 바라는 첫번 째 요구사항은 뭘까. 아마도 자신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고 자유롭게 인터넷을 활용, 각종 정보를 빼내고 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대할 것이다. "인터넷에는 비밀이 없다"는 사실 만큼 스파이를 괴롭히는 일은 없다.
"요즘 세상에 컴퓨터와 인터넷 없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신분이 다 드러난 스파이가 무슨 스파이인가"
이같은 스파이의 말못할 고민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인 것 같다. CIA(미중앙정보국)의 벤처캐피탈 자회사 인 큐 텔(In-Q-Tel)은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세이프웹(SafeWeb)에 1백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했다. 일명 '트라이앵글 보이'의 개발이 주목적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CIA 요원이 제3자의 이름으로 세이프웹 홈페이지에 접속, 원하는 웹주소를 입력하면 URL이 자바스크립트로 대체되고 복잡한 암호화 과정을 거쳐 추적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이제 익명성이 완벽히 보장된 스파이는 아무 걱정없이 인터넷을 이용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밀이 생명인 스파이에게 인터넷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CIA 관계자는 "'트라이앵글 보이'의 경우, 요원들의 익명성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에 대한 정보수집이나 은밀하게 수행해야 하는 많은 작전들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파이가 사랑하는 이 기술은 국제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들 역시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인터넷의 완전한 익명성은 국제범죄단 등의 활동을 더욱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들(세이프웹)이 다른 누구보다도 2단계 더 앞선 기술을 개발해 낼 것입니다" CIA 관계자의 기대섞인 전망은 현대의 '스파이 전(戰)'이 '기술개발 전쟁'임을 암시하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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