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지지 讚反은 유보

입력 2001-03-03 00:00:00

미국 부시행정부가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혀온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에 대해 정부가 2일 발표한 공식입장은 찬반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한 채 미측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즉, NMD 문제가 갖는 국제정세의 민감성을 감안하면서도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비롯한 주변여건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이날 NMD와 관련해 발표한 세가지 메시지는 전통 우방인 미국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찬반 여부를 구체적으로 적시않는 모호한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향후 우리측의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입장은 우선 오는 7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NMD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있다.

이는 NMD에 대한 찬성여부도 불확실하지만 '반대'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한러 정상회담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 정부가 러시아 편에 섰다'는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오늘날의 세계 안보상황은 냉전시대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접근도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 점이 그것이다.

이는 미국측이 북한, 이라크 등의 '새로운 위협' 발생에 대응, NMD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구사하는데 간접적인 이해를 표시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가 반드시 NMD를 지칭한다고는 볼 수 없다. 정부 당국자는"새로운 변화에는 NMD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원만한 대화를 통한 해결 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동맹국간의 충분한 협의'를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우리는 미국 정부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동맹국 및 관련국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천명한 것은 국제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 문제가 원만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이에대해 한 당국자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이해를 하되, 매우 중요한 두 조건이 내걸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외교 전문가들도 "정부가 주안점을 두고 싶었던 것은 동맹국과의 충분한 협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동맹국과의 협의를 내건 것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이 강력 반대하는 NMD 문제가 미국의 일방적 추진으로 최근의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나 한반도평화환경 조성에 지장을 주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결국 이날 발표된 정부의 입장은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를 손상치 않는 범위에서 동시에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상황의 악화를 방지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이정빈 장관은 "세계 각국이 대부분 NMD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유럽보다 더욱 '델리케이트'한 상황인 우리 정부의 입장을 3가지로 요약해서 알려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와 관련, "강력히 반대하던 러시아도 대화하자고 선회하고 있고, 독일도 간접적으로 반대했으나, 기술이전이 가능하면 검토해 보자는 관망자세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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