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속재판, 부작용도 대비해야

입력 2001-03-02 21:00:00

대법원이 50여년만에 개선한 새 민사재판제도는 우리의 재판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꾼 그야말로 사법제도의 개혁이라 할 수 있다.

통상 1년반이나 걸리는 사건을 단 한달 반만에 끝낼 수 있다는 신속성은 소송당사자들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인다는 점에서 그 긍정성을 기대해 볼만하다. 민사사건의 경우 단독사건은 80%, 합의사건은 약 30%가 의제자백이나 공시송달로 끝난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전체 민사사건의 절반이상이 약 두달만에 끝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도 이번 제도개선의 실질 효과는 기대이상으로 거둘 수 있다고 봐야한다.

말하자면 소액사건 심판처럼 다툼이 별로 없는 사건은 소장접수 순번에 따라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선고절차로 들어가도록 한건 현 재판현실의 맹점을 대법원이 직시한 결과의 소산으로 판단된다. 또 쟁점이 많은 사건은 집중심리제를 도입, 판사앞에서 소송당사자들이 의견을 직접 진술하고 필요한 경우 증인과의 대질신문까지 병행하도록 한 것도 재판제도의 실질적인 효과를 크게 거들 수 있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종전에는 모든걸 변호사에게 위임하고 원·피고는 소극적으로 결과만 기다리는 모순점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으로 이는 재판결과에 대한 승복률도 높일 수 있는 부수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소송당사자나 특히 변호사들이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각 국가기관에서의 확인 절차도 이에 병행해 제도개선을 하지 않으면 재판제도의 개선의미가 상실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부동산감정의뢰는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이 그 대표적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각 부처에 법원의 재판에 협조사안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따로 마련하는 조치가 필수적임을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서면공방을 통해 쟁점사안을 거르고 2, 3차례의 재판에서 그 결과를 도출하려면 판사의 업무강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 판사 인원증원도 뒤따라야 한다. 이는 신속재판이 가져올 '실체적 진실'이 오도될 수 있는 우려도 불식시키는 대안이기도 하다. 지금도 판사인원이 크게 부족하다는 현실을 정부는 직시, 그 후속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사법부가 신속재판에만 얽매여 판결에 불복하는 법원신뢰에 의문율이 많으면 개선의 의미가 뿌리째 흔들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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