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그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권리를 위한 투쟁은 자기 자신에 대한 권리자의 의무이며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 하였다. 즉 진정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 획득이란 측면에서나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대한 의무의 측면에서나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당한 법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법 불복종 운동은 성문화된 법 조항에만 얽매이지 않고 개인과 사회의 권리를 되찾고 의무를 다하려는 적극적인 행위로 수용되어야 한다. 법 존재의 근원은 정의 실현과 시민의 진정한 권리 보장에 있고 법은 시민의 지지와 동의를 받을 때에만 정당성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권위만 내세워 시민들의 행위를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는 법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것이다.
총선 연대의 낙선 운동 역시 부당한 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이라는 맥락에서 정당한 행위라 볼 수 있다. 낙선 운동이 현행 선거법 조항에 위반된다는 점에서 위법인 것은 사실이나 그 취지가 부정부패한 입후보자 낙선을 통해 공명정대한 국민의 대표 선출이란 점에서 정당성을 획득한다. 총선 연대는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정한 선거법 개폐에 힘써 올바른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고 시민이 입후보자에 대해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 불복종 운동이 정당한 또다른 사례로 1980년대 신군부 세력에 저항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들 수 있다. 신군부 세력은 국민의 지지도 없이 강제적으로 정권을 장악하여 권력을 행사,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헌법을 개정하였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국민들이 이러한 정부에 의한 법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려는 투쟁이었다. 이는 아무리 무력으로 사회를 장악하더라도 그 정권이 사회 정의에 어긋나고 시민들에 의해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그들에 의한 법은 결국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법 불복종 운동이 모든 법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 불복종 운동에 대상이 되는 법의 기준을 엄격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정의에 어긋나고 시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지 못한 악법의 경우에만 그 운동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회 정의의 실현에 규합되고 사회 질서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법은 마땅히 준수해야 한다. 악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법 불복종 운동을 빙자해서 정당한 법마저도 준수하지 않는 범법자들이 속출하여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법은 정의의 실현과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인위적 규범이다. 법은 성문화된 법조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 법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여 인간을 옭아매는 수단으로만 작용한다면 인간의 규탄을 받아 법에 대한 볼복종 운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법 불복종 운동은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법을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나아가 보다 올바른 법을 도래시키려는 민주 시민의 자발적인 권리이자 의무이다. 존 로크가 '사회 계약론'에서 시민의 저항권을 인정했듯이 법 불복종 운동 역시 보다 정의로운 사회로의 도약을 위한 저항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서 정(경일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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