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한 인터넷 게임을 통해 30세의 여성과 19세의 남성이 채팅을 하게 되었다. 한달 후.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났고 11월말부터는 아예 집을 나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돈이 떨어지자 남자는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돈 20만원을 구하러 갔다가 둘 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남자는 평범한 고교생이었고 여자는 여섯 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뒤 22세에 결혼한 평범한 주부였다. 여자의 일상은 시부모의 중풍 간호와 종이 붙이기 부업이 전부였으나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매맞는 아내였다.
그러나 지금은 선정주의에 물든 황색 저널리즘과 여성의 성(性)을 그야말로 성적으로만 인정하려고 드는 남성들에 의해 '채팅에서 만난 고등학생에게 100만원을 주고 여관, 여인숙 등을 전전하며 성 관계를 맺은 유부녀'로 부풀려지면서 '여성 원조교제 1호' '희대의 색마'가 되어 있다.
요즘 MBC 월화 드라마 '아줌마'의 오삼숙으로 인해 '아줌마 신드롬'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남자의 그늘에서 독립해 여성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 가는 오삼숙은 주부들에게 통쾌한 영웅이 되고 있으며 나아가 바람 피우는 남편을 과감하게 '차버린 후' 식당을 개업해 경제적인 독립까지 쟁취한 오삼숙을 본 후 이혼 결심을 굳혔다는 여성 시청자들까지 생기는 모양이다.
이에 반해 오삼숙의 남편 장진구는 '장진구같은 놈'이 남성 최대의 욕이라고 할 만큼 남자들이 가장 부끄러워하는 인간유형이 되고 있다. 그는 나약하고 게으르며 무책임할 뿐 아니라 특히 돈, 학벌, 파벌을 중시하는 기만적 지식인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일반인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써 자신을 선민화하고 남들을 계몽하려고까지 하고 있다. '아줌마'는 이런 가치의 허상을 꼬집고 비튼다. '아줌마'의 작가 정성주는 이 달 20일 '아줌마'를 끝내겠다고 한다.
높은 시청률과 경쟁방송사의 새드라마 또한 여성을 다루는 드라마 '여인천하'이기 때문에 늘리고 싶다는 유혹이 당연할 수도 있는데도 원래의 의도대로 끝내겠단다. 필자가 정성주씨에게 "지난 화요일부터 갑자기 반성하는 장진구와 장진구 아버지의 계략 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재결합으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오직 리얼리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장진구의 갑작스런 변신을 오삼숙이 신뢰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드라마 '아줌마'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단지 이 여린 여성 작가에 의해 발가벗겨진 남성 자신을 되돌아 볼 수만 있어도 이 드라마의 존재의미가 있을 듯하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