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참으로 말이 많다

입력 2001-03-01 14:19:00

요즘 나라 안팎에서 참으로 말(言)들이 많다. 현 '국민의 정부'들어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학자들은 말을 하고 글을 쓰는게 천직이라지만 왜 이리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지 짜증스럽다. 요즘 화두(話頭)의 요체는 주로 '과거사(過去史)이다. 우리가 지금 이미 지나간 일에 매달릴 계제가 아니라는데서 국민들을 더욱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경제난국을 어떻게 해서든 하루빨리 탈출해 '밝은 미래'를 조금이라도 앞당겨야 할 판국에 엉뚱한 문제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우선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이 사단의 시발이 아닌가 싶다. 일제의 침략으로 한국이 35년간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중일 전쟁까지도 도발, 중국대륙으로 침략한건 누가 뭐라해도 숨길 수 없는, 불행한 근대사 이다. 수많은 역사의 증인들이 생존해 있는 과거사가 아닌가. 또 일본의 총리가 '통절하게 반성한다'는 고백까지 한 바 있다.

##정치인 말장난에 흔들이는 국정

그걸 지금에 와서 일본 우익세력들이 새삼 중학교과서에 그 사실(史實)을 아예 삭제하거나 미화(美化)하려는 무모한 짓을 하려든다면 우리 정부는 의당 '역사왜곡'이라고 대갈일성으로 강력대응하고 만약 그게 시정되지 않는다면 '국교단절'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는게 도리다. 뭐가 켕겨선지 무슨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건지 모르지만 우물쭈물 하는사이 언론이 나서고 관련 사회단체, 학계가 들고 일어서면서 대한해협사이로 온갖 말들이 많은게 아닌가. 일본각료들의 망언따위도 지나칠 일이 아니거늘 하물며 다음 세대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겠다는데 말미를 둘 여유가 있을 턱이 없잖는가.

북한이 강경하게 즉각 대응하고 중국이 장쩌민 주석까지 나서자 뒤늦게 우리정부도 총리가 대책회의를 열고 대통령도 유감표명에 나선건 모양새가 퍽 좋지 않다. 그것도 국내의 대일(對日)감정이 고조되면 한.일관계가 심상찮게 돌아갈 것이라를 '일본배려'차원이 그속에 깔려 있는것 같아 또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난데없는 남북한간의 과거사가 왜 돌출되는지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그것도 현정권의 브레인으로 불려지는 자문교수가 나서 6?5전쟁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8세의 어린애였기에 책임이 없고 KAL기 폭파에 관련됐다는 증거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과가 필요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뭣때문에 나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진보고 보수고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말에 선뜻 동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항의성 여론이 빗발치자 전범재판에서 다룰 일을 사과부터 받으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변명이 도대체 이치에 닿는 얘기인지 궤변인지 정말 헷갈린다. 한겴?양국우호관계 악화를 우려해 역사왜곡사건도 일단 덮어 두자는논리와 뭐가 다른가. 차라리 전범재판 운운(云云)의 장황한 이론을 깔지말고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을 앞두고 과거사에 대한 사과문제를 제기하면 남.북 화해무드에 방해가 되는만큼 일단 뒤로 미뤄놓자는 소박한 말이 훨씬 설득력이 있고 솔직하다.

##진실된 말로 국민 앞에 서야

연전에 어느 교수는 6?5전쟁을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 운운하다가 거센 항의를 받자 '역사적 결단'이란 단어의 뜻을 부정적 의미로 쓴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다가 결국 대통령 자문위원직을 사퇴한 소동도 같은 맥락의 평지풍파였다. 그뿐 아니라 교육부총리 자리에 갖 발탁된 교수출신의 장관은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개념의 청산을 주장하는가 하면 보수주의자들 때문에 통일이 빨리 오지 않는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가 야당 국회의원의 질책에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입각' '주적'을 '동반자'로,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수구주의자'라고 변명하는 소동이 바로 엊그제 국회내에서 있었다. 선(禪)문답에 능한 JP는 일본 언론의 한국특파원들에게 야당총재를 겨냥, '바카야로'라는 욕설을 일본말로 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가 와전이라고 대변인이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연출되는 국면이다. 그야말로 말장난을 하는건지 정치를 하는건지…. 관직에 오르고 대통령 주변에서 행세께나 하면 말을 이렇게 했다가 저렇게 뒤집어 멋대로 해석해도 되는건지, 국민들만 이래저래 '핫바지'가 되고 있다.

말을 번지르하게 하고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은 진실됨이 적다(巧言令色鮮矣仁)고 한 논어(論語)구절이 새삼 의미있게 새겨진다.

朴昌根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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