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속이 선합니더

입력 2001-02-28 00:00:00

작년 봄, 경주 괘릉으로 유치원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갔을때 한 아이가 "원장님예, 속이 선(시원)합니더. 우리 많이 많이 놀다 가예"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직장에 다녀 할머니가 키워서인지 평소에도 애어른같은 말을 자주 해서 우리 어른들을 웃게 만드는 아이였다. 오랜만의 자연풍광에 기뻐 어쩔줄 몰라하는 그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평소 유치원이 끝나면 2~3곳의 학원을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이땅의 많은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이런 저런 울타리에 갇혀 답답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찡해왔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요즘은 유치원 수업도 중.고등학생처럼 늦은 시간에 끝나는데 거기다 예능과외,학습지과외 등으로 그야말로 우리네 아이들은 어른 못지않게 시간에 쫓겨 살고 있다. 일상의 모든 일들이 즐겁고 행복해야할 그 나이에 말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어릴때부터 너무 지식위주의 학습을 강요당한다. 때문에 일찌감치 공부에 진력을 느낀 아이들이 초.중.고때 배운 학문을 보다 깊이 연구해야할 대학에 가서는 신입생 환영회부터 술과 춤과 노래로 시작하는 그릇된 놀이문화에 빠져들기 쉽고 때로는 그로인해 불행한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발달과정상 유아기의 1년은 어른의 10년과 같다고 한다. 생애 가장 중요하고도 아름다운 이 시기에 가장 좋은 삶의 조건은 많이 보고 듣고 많이 느끼게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데 있다.

이제 3월, 유치원마다 어린 신입생들이 입학을 하게된다. 유치원이라는 교육의 장소가 그저 스쳐가는 곳이 아니라 훗날 아름다운 삶을 키워줄 비료같은 장소가 되고 어머니의 자궁처럼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한 환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영희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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