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방-춘곤증

입력 2001-02-28 00:00:00

봄이 되면 입맛이 없고 나른해서 움직이기 싫을 정도로 몸이 무거운 사람들이 있다. 오후가 되면 피로가 더 심해져 말하기조차 귀찮아지기도 한다. 이름하여 춘곤증. 겨우내 움츠렀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 증세이다. 자연스런 생리 현상인 셈.

봄은 양(陽)의 기운이 왕성해져 만물도 이를 따라 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된다. 사람의 생리적 활동 역시 왕성해진다. 이때 이 욕구를 몸과 마음이 감당하지 못하면 피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춘곤증 예방에는 자연의 섭리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은 "겨울에는 어두워지면 일찍 자고, 아침에는 해뜨기를 기다려 늦게 일어나 감추고 저장해야 한다(封藏). 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싹이 움트는 기운을 몸 안에서 느끼도록 움직여야 한다(發生)"고 적고 있다. 일조시간과 수면시간을 맞춰 자연의 기운에 인체가 잘 적응하도록 생활하라는 얘기다.

춘곤증에 가장 좋은 것은 쓴맛(苦)과 신맛(酸) 나는 음식이다. 쓴맛은 심장기능을 강화하고 신맛은 간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혈액을 저장하는 간과 이것을 온몸으로 돌려주는 심장 등의 기능을 강화해 춘곤증을 풀어주는 것이다.

쓴맛 나는 씀바귀·쑥·두릅, 신맛 나는 오미자·식초 등이 그래서 권장된다. 쓴맛이 많고 대자연의 발생(發生) 기운을 가득 머금은 봄나물을 식초에 무쳐 먹는 것도 다 이런 원리 때문이다. 인삼과 오미자를 섞어서 끓여 마시거나, 어찔어찔한 기운이 있다면 항빈혈 작용이 있는 민들레잎이나 당귀 싹도 좋다.

특히 봄철에는 알레르기 질환도 많아, 민들레잎을 차처럼 끓여 마시거나 칙 차를 마시면 이것에도 좋다.

아침 기상 직후나 오후에 피로가 몰려올 때는 몸을 만져주는 것도 좋다. 손을 살짝 오무려 가슴-팔 안쪽-팔 바깥쪽-뒷머리 순으로 톡톡 두드린 다음, 허리를 숙인 뒤 다리 뒤쪽과 다리 안쪽을 같은 방법으로 두드리는 것이다. 또 열 손가락을 세워 머리를 빗듯이 이마에서 목 뒤까지 빗어내리는 것을 5회 이상 되풀이 하는 것도 피로회복에 도움 된다.

김종대 교수(경산대·대구시 한의사회 홍보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