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서상복씨의 세상보기

입력 2001-02-28 00:00:00

대구 동구 미곡동 서상복(43)씨는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낸다. 늙은 어머니가 두 시간 마다 몸을 뒤집어 주지 않으면 내내 천장만 보거나 침상에 코를 박고 지내야 한다. 22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때문.

그러나 그는 누워서도 여느 사람 못잖게 바쁘다. 팔공산 산불을 끄라고 사람들을 보내고,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시키기도 한다. 거짓말 같이 들릴 일. 하지만 택시를 못잡아 발만 구르는 장애인에겐 자동차가 돼 주고, 마을 경로잔치도 연다. 분명 방문 밖에도 나서기 힘든 사람이지만, 빠르게 달릴 줄 알고 타인의 우울을 달랠 줄 아는 것이다.

10년 전에 한국 장애인 봉사협회를 창립했다. 그후 사랑의 문고, 사랑의 전화, 대구 문화예술 공연단 등의 창설과 창립… 그가 장애인을 돕기 위해 벌인 일은 10여 가지가 넘는다. 침대 머리 맡 전화기와 컴퓨터 마우스가 그의 손발. 손가락이 안움직여 주먹으로 느리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손목으로 어설프게 마우스를 끌지만, 그렇게 해서 나타나는 결과는 엄청나다. 그의 방엔 '98년 좋은 한국인 대상' '99 봉사 부문 신지식인' 등 각종 상패·감사패·선정패가 16개나 걸려 있었다.

서씨도 교통사고 전에는 말썽 많은 청년이었다고 했다. 팔공산 일대 관광지를 돌며 말썽을 피워 손가락질도 받았다. 그러나 건강한 몸을 잃은 대신 참 삶을 깨달았다고 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전신 마비자입니다. 꼼짝도 못해요. 그렇지만 한 10년쯤 한탄하고 있다고 해서 몸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제 몫의 고통이니 안고 가야죠". 장애인 서씨가 세상과 맞닥뜨리는 삶의 방식이었다.

날개 없이도 날 수 있음을 증명하느라 그는 오늘도 분주하다. 다음달 3일엔 동구 귀빈회관에서 '사랑 나눔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정주리·이설화씨 등 대구에서는 꽤 이름 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만큼 볼 만할 것이라며 많이 들 와 달라고 당부했다. 053)983-0005.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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