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야기5-2차대전 조짐...강호들 불참

입력 2001-02-27 14:55:00

제3회 월드컵 대회는 1938년 곧 전쟁이 터질 것이란 전운 속에 프랑스에서 열렸다.

2차세계대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워진 가운데 프랑스 월드컵 대회도 수많은 위험요소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1회대회 우승국인 우르과이가 자국대회에 유럽강국이 불참한 데 대한 보복으로 2회 이탈리아대회에 이어 또다시 프랑스 대회도 외면하고 말았다. 또 3회대회 유치에 열을 올렸던 아르헨티나도 유치실패에 불만, 불참을 선언했다.

게다가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 영국의 4개팀도 지역예선 출전을 포기했다. 심지어 본선 진출권을 따낸 오스트리아마저도 독일에게 합병되는 바람에 기권해야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됐다.

이때문에 프랑스 월드컵은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본선진출권을 획득한 15개국으로 치러지게 됐으며 브라질과 쿠바, 동인도팀을 빼면 유럽일색이었다. 유럽선수권대회의 느낌을 주는 빈약한 대회로 전락했다.

주최국 프랑스는 개막전을 가질 행운도 누리지 못했고 독일과 스위스가 개막전을 치루면서 본선 대회의 막을 올랐다. 제2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독일은 유럽 강호인 오스트리아선수 5명을 합류시킨 호화멤버로 구성,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스위스가 4대2로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경기에서 독일선수로 출전한 오스트리아 스타 진델라는 그후 동료의 고발로 유태인 신분이 드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애석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네덜란드 식민지팀으로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 중국인등으로 구성된 동인도팀이 출전, 헝가리와 맞붙었지만 6대0으로 대패했다.

1회전의 빅게임은 브라질과 폴란드전. 경기시작과 함께 브라질 레오니다스는 맹활약하며 혼자서 3골을 기록했다. 전세는 브라질쪽으로 기우는 듯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폴란드 거인 빌리모프스키가 해트트릭(3골)의 기적을 일궈낸 것. 승부는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두팀은 또다시 숨막히는 게임을 계속했다. 폴란드 피온테크가 역전골을 터뜨렸고 경기종료 4분을 남기고 브라질 페라치오가 4대4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연장전도 볼만했다. 연장6분 브라질 레오니다스가 폴란드 골문을 갈라놓으며 5대4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뒤 폴란드 빌리모프스키가 약속이나 한듯이 5대5로 승부를 제자리로 몰고 갔다. 연장후반 7분쯤 승부는 갈렸다. 4번의 타이기록끝 브라질의 로메오가 6대5로 결정골을 터뜨려 경기를 마쳤다. 1골로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이 결정난 것이다. 귀국길의 폴란드는 브라질의 선전을 바라는 축전을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프랑스 월드컵은 예선을 통과한 이탈리아와 프랑스, 체코, 브라질, 스웨덴, 쿠바, 스위스, 헝가리등 8강의 무대로 좁혀졌다. 이주녕 〈축구평론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