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왕·경주시의회 의원)

입력 2001-02-26 14:26:00

경주가 어쩌다 이지경이 됐나? 요즘 경주시내 곳곳에는 자고나면 "경주는 죽었다"라는 현수막이 늘어나 초상집 같은 분위기다.

경주 경마장 건설은 노태우정권때 부터 추진돼 오던 것을 92년 당시 김영삼 여당 대통령 후보가 공약 했던 국책사업이다. 그동안 정치논리에 오락 가락 했지만 경주시민들은 문화재위원들의 사적지 지정 결정으로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문화재위원회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월성원자력단지는 이미 4기가 가동중인 가운데, 원전 2기가 추가 건설되고 또 2기가 추가 건설될 예정으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수중유적인 문무왕릉과 불과 1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추가 건설을 발표한 위치는 문무왕릉과 불과 500m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추가 건설될 58만평 현장에도 경주경마장 부지에 버금가는 매장문화재가 3군데에서 출토됐으나 얼마전 모두 발굴을 끝내고 지금 기반공사가 한창이다.

원자력 가동 수명은 평균 30년밖에 되지 않고,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핵폐기물은 3만년 동안 문무왕릉과 같이 나란히 보존되어야 한다. 3만년동안 안전하게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아무데도 없다.

더구나 양산활성단층의 지진대 위에 건설된 원자력이다. 이런 무방비 상태에서 가동되고 있는 월성1, 2, 3, 4호기 옆에 또 추가 건설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수 없다.

'경주는 죽었다'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아무런 정부의 지원대책 없이 쏟아지는 문화재 때문에 못살고, 원자력 때문에 못살 곳이 경주다. 경주시민이 그토록 소망했던 경마장 건설이 무산됐고 태권도공원도 물건너갔다.

시민이 반대하고 온 인류가 무서워하는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을 경주시민에게 한마디 협의없이 강행하는 정부의 처사는 도저히 용납할수 없다. 이럴때 문화재심의위원회는 어디에 가고 한마디 말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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