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 반도체.통신 역전 돌파구 아직은 글쎄

입력 2001-02-26 00:00:00

"주식시장, 어디로 갈까"지난 주 증시는 중반에 큰 폭으로 하락한 뒤 제대로 반등하지 못한채 장을 마감했다. 특히 23일 주식시장은 현재 증시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줬다. 미국시장 급락이란 해외 악재와 국민연금, 우체국보험기금 등이 증시를 지탱할 가능성이 높다는 호재가 한판 기싸움을 벌였으나 결과는 '무승부'였다.

당분간 증시는 일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조정양상을 지속할 것이란 게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의 전망. 정부의 채권시장 안정 의지와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들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문가들도 있지만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현실화되지 않는 등 증시 주변 여건을 이유로 시장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미국증시와 외국인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투자를 결정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당분간 소강국면

지난 주 중반의 폭락으로 2차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거의 사라졌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급락으로 더욱 큰 심리적 타격을 받았다.

주가하락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미국시장의 급락 때문. 미국경기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미국 기술주들이 침몰하고 있고, 이는 곧바로 우리 증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동안 미국 증시와 독립된 흐름을 보이던 국내 증시가 최근 들어 미국증시와 동조화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다만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 지수가 지난 주말 소폭 반등세를 보여 시장분위기 반전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고 기관투자가와 개인들도 주가가 조금 오르면 매도하는 소극적 투자로 일관하고 있다. 한마디로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가운데 지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이처럼 시장 전반에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지만 증시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주식시장 안정의지 등 긍정적 요인들이 남아 있는데다 지수 하락시 저가매수세도 살아있어 폭락은 없을 것이란 분석. 결론적으로 종합주가지수는 550선, 코스닥지수는 75선에 방어선이 형성돼 추세적 침체국면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통신주의 운명은

지난 주 증시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주식시장의 양대축인 반도체와 통신주의 하락세였다.'반도체주의 대표주자' 삼성전자, '통신주의 대명사' SK텔레콤이 각각 폭락하며 지수하락을 주도, 향후 장세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먼저 통신주의 경우 전 세계시장에서 약세가 지속되며 단기간내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통신주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핵심이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3세대 이동통신 IMT-2000사업 때문. 시간이 지날수록 IMT-2000사업의 수익전망이 과대평가돼 있으며, IMT-2000의 가입자당 가치는 당초 영국 등지에서 산정한 것의 최저 수십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은 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음성통화사업에서 이미 막대한 이익을 축적한 SK텔레콤 등이 지극히 낮은 수준의 부담금만 내고 자체 수익내에서 IMT-2000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따라서 SK텔레콤의 최근 약세는 세계적 통신주약세로 외국인들이 소폭 매도하자 기관과 개인들이 과잉반응한 탓으로 가치하락 전망보다는 장세에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 분석가들의 얘기다.

반면 반도체 경우는 올해 전 세계시장의 전망이 어둡다는데 국내외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조나산 조셉은 "반도체의 업황 호전기미는 없으며 현 실적전망치도 최대로 선전할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특히 올 1분기가 반도체주에 최악의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영증권 한 관계자는 "당분간 세계증시에서 통신주나 반도체주들이 다시 급부상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국내 증시 경우 세계증시 맥락과 다소 다른 면은 있으나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