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注射劑' 갈등은 있으나

입력 2001-02-24 00:00:00

준비가 덜된 채 시행된 의약분업으로해서 입는 국민들의 피해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모든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시키는 약사법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하자 약업계에서 크게 반발하는 등 의약분업파동의 재연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 단체도 약물 오.남용을 부추기는 조치라며 역시 반대하고 나서 의약분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우려와 지난해에 이어 국가의료체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갈등을 부채질 한 것은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 혼선에 책임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차광.냉장.함암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주사제를 의.약분업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었다. 그후 10여일만에 '진료에 필요한 모든 주사제는 분업에서 제외한다'로 방침을 바꾸었다. 그러다 같은 7월31일 약사법개정안에선 냉동.냉장.주사제만 예외로 인정했다가 이번엔 완전 제외로 방침을 굳힌 것이다.

정부의 주사제제외는 나름대로의 타당성과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환자들의 불편을 덜고 진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또 원외처방료, 조제료가 없어짐으로써 환자의 진료비 부담과 의료보험 재정을 절감 할 수 있다는 게 취지다. 그러나 당초 의약분업의 취지대로 주사제 남용을 막을 어떤 대안이 있는 것인지 염려스럽다. 보완시책이 뒤따라야 한다. 약사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 의약분업의 파행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투표(크로스보팅)로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론으로 정할 경우 의사회나 약사회의 극심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해 이런 궁여지책을 낸 것이라고 한다. 정책정당, 책임정당을 부르짖으면서도 민생법안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과연 어떤 것이 설득력이 있고 좋은 것인지를 가려내 국민들에게 적확(的確)한 판단과 방책을 제시해야 한다. 어정쩡한 자세로 빠져 나가려는 것은 공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민생의 핵심사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못할 정당이라면 이사회에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환자들의 주사제 선호의식도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의약분업 실시후에도 주사제 사용빈도가 종전과 같은 수준이라는 통계이고 보면 이런 의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약화방지, 오.남용 억제의 책임은 환자에게도 있다. 거듭 촉구한다. 정부와 약사회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안주는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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