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대안초등학교 논란

입력 2001-02-24 00:00:00

학교 교육이 일그러지고 있다는 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공교육을 두고 '학교 황폐화'라는 말이 나돌더니, 근년 들어서는 '학교 붕괴' '교실 해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공공연하다.

신뢰와 존경심에서 밀리는 교육자들, 학습 의욕을 잃고 길거리를 방황하는 학생들, 통제가 어려운 교실수업, 불신과 갈등에 빠진 학교 분위기, 허탈감을 안고 교직을 떠나는 교원들…. 이런 모습이 오늘의 학교 풍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교 거부'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대안(代案)학교'나 '홈 스쿨링'이 확산되는 까닭도 기존 학교 교육에 대한 염증과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새길을 택하려는 사람들은 '교육=학교'라는 등식보다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교육'을 원하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교육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방법과 내용을 달리하며, 틀에 짜인 정규 학교 교육을 싫어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홈 스쿨링'이나 대안학교를 통해 청소년들을 다양하고 자유롭게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나라들도 적지는 않다.

영국.벨기에.덴마크.노르웨이.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등은 '홈 스쿨링'을 지원한다. 3천여개의 대안학교가 있는 미국에서는 학습 목표.교과목 등을 학생이 결정하고 연령과 학령에 관계없이 학습 진도를 설정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유도 하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학부모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안초등학교인 '산 어린이학교'(경기 시흥)를 설립해 이번 학기에 개교할 계획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으며, 그 파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측은 아동 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인가 받지 않은 교육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이들은 학교를 그만둘 자유를 요구하면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무튼 이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다양성과 인권을 무시하는 현 교육제도에 대한 저항 행위' 이상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와 '학교 붕괴를 근본적으로 막을 길이 없는가'하는 생각이 함께 교차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다양해진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공교육이 살아나는 길 찾기와 제도교육의 철저한 반성은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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