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으나 누군가는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22일 밤 9시,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달구벌대종 앞. 가느다란 촛불이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조진석(28.사진.수성구 지산동)씨는 지난달 15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국가보안법 폐지!' 피켓을 들고 홀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벌써 39일째지만 조씨는 '100일 촛불시위'를 마칠 때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하늘을 밝힐 계획이다.
그가 촛불시위를 시작한 것은 올 초 인권활동가 16명이 명동성당에서 부패방지법, 인권위원회법 등 3대 개혁입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으나 정치권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을 기만하고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권의 행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도 진정한 '인권 대통령'이 되려면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해야 합니다"
조 씨는 국보법 폐지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도 지적했다.
"초를 들고 시위에 동참하는 분이나 커피 또는 초값에 보태라며 돈을 건네는 시민들을 볼 때는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촛불시위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과 관련, 말을 걸어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지난 93년 영남대 사학과에 입학한 조 씨는 98년 자퇴했다가 올해 재입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대구인권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았으며 인권영화 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03년 3월 창립을 목표로 대구인권센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권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지만 소중한 노력들을 계속 기울일 계획입니다"
시위를 끝낸 뒤 그는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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