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몇년 째 겪고 있는 심각한 대량 해고가 지금 미국을 휘몰아 치면서, "해고만이 방법인가" 하는 논란이 그곳에서도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해고는 실제 해외 공장에서 주로 이뤄질 뿐 자국내에서는 "증시를 향한 쇼에 불과하다"는 또다른 시각도 등장했다.
◇해고 긍정 성향=미국의 많은 기업 CEO(최고경영자)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감량 경영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준다고 생각해 왔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경영자 5명 중 2명은 경기 후퇴기에는 직원 숫자 줄이기를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라이드 시그널(하니웰의 전신) 회장이었던 로런스 보시디는 자신이 10년 전 경기 침체기에 대량해고를 단행한 후 경영실적이 놀랄만큼 향상 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해고가 가능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우, 미쓰비시 자동차가 전세계 직원 6만5천명 중 8천명을 감원하고 승용차 라인 2곳도 폐쇄할 계획인 것으로 22일 보도됐다. 그 지분 34%를 갖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추진하는 것으로, 크라이슬러는 그 외에 자체 구조조정도 추진, 그룹 전체로는 앞으로 3년간 2만6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있다.
◇반론, 역효과도 크다=그러나 한 조사에서는 1990∼91년의 경기 침체기에 감량 경영을 했던 기업들 중 해고 이후 이익을 낸 회사는 절반도 채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다른 조사는 대대적으로 비용을 절감했던 기업들 중 68%가 그 후 5년간 이익을 내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냈다.
10년 전인 그때의 경기침체기를 연구해 온 많은 경제학자들과 경영자문가들도 감량경영이 오히려 회사의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남은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대량해고가 기대했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게 아니라,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크게 늘리고 그에 따라 사기를 저하시킴으로서 생산성이 더 낮아지는 경우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다른 방법을 찾는 경향=미국에서는 최근 대량해고 대신 다른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증권회사는 경비 절감 방법으로 해고 대신 종업원의 30∼50%에 대해 금요일에 휴가를 내도록 지난달 조치했다. 회사 대변인은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사람을 자를 경우 남아있는 직원들로부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시간 주립대 경영학과 킴 캐머런 교수는 "대량해고 때 문제 되는 것은 떠나는 직원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업무에 큰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대량해고 때 남아있는 직원들이 회사 전체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면서 사기도 꺾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량해고 피해자는 외국인?=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대량해고 계획을 최근 잇따라 발표하고 있으나, 실제로 자국 내에서는 그만큼 해고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뉴욕 타임스 신문은 지난 19일자에서 해부했다.
이유 중 하나는 대량해고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것. 유명한 가전제품 메이커 '월풀' 경우, 작년 12월13일 전체 근로자의 10%(6천명) 해고를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3분의 1인 2천명만 1차 해고 대상으로 삼았을 뿐이고, 그 2천명 중 절반은 브라질 공장, 650명은 아시아·유럽 공장에서 해고됐다. 나머지인 북미공장 해고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으로 명예퇴직 했을 뿐이다.
또하나 이유는 기업 합병·인수 과정에서 해고자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지난달 24일 1만6천명 감원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내 공장의 6천명 근로자는 그대로 일하고 있다. 다른 기업에 인수돼 고용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로는 한쪽에서는 해고를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직원을 새로 고용하는 것. 지난달 경우 미국 기업들이 14만명을 잘라내긴 했으나 20만명을 새로 채용했다. 오히려 채용규모가 더 컸던 것이다.
◇기업들의 쇼?=그런데도 미국의 회사들은 굳이 해고 수치를 최대한 높여 발표하려 한다. 왜 그럴까? 뉴욕 월가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그에 따라 주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월가는 실적 나쁜 기업이라도 일단 대량해고를 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정이 이러니 기업들은 많은 직원들을 해고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부각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량해고 상황이 경제에 그렇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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