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1-02-22 14:03:00

지난 18일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99초 광고제작 스탠바이 큐'코너에서 강호동, 핑클 등 7명의 스타가 출연하여 광고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었다.

이제 광고는 상품 마케팅의 수단일뿐 아니라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대중 문화적 기능도 갖고 있다. X세대, 미시족, TTL족, N세대, M세대 등의 구분은 처음에는 광고 전략의 하나였으나 지금은 대중을 나누는 주요 문화적 기호로 자리잡고 있다. X세대는 아모레 트윈엑스 광고에서 빌려온 것이고 미시족은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 카피이다. TTL이 무슨 뜻인지 알려고 하는 것은 아날로그 세대만의 흥미일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굳이 따지면 사랑할 때(Time To Love)나 20대의 생활(The Twenty's Life)정도가 되지만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세대구분은 통상적인 유행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작위이다. 그것은 특정세대에게 세대적 동일성을 의도적으로 부여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고생을 '히트 상품 감별사'로 이용한 일본의 상술에 의해 가라오케 기기가 히트했다. 우리의 신세대 또한 자체적으로도 막강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고 가족 전체의 구매행위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한다. 나아가 일부 구세대 또한 시대에 뒤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인해 신세대 광고의 소비자로 편입되기를 원하고 있다.

광고는 유행이나 유행어를 창조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킨다. 미국의 한 담배회사는 처음에 여성 흡연인구를 늘리기 위해 10명의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활보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 행사가 '남녀평등'이라는 구호로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되자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반발은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고 담배판매는 대성공이었다.

CF스타의 몸값은 종종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다. 차후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스타와 몸값을 폭등시켜 놓아야만 경쟁사가 도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기업이윤 때문이다. 실제로 8천만 원이라는 스타의 몸값이 1년 동안의 연예활동에 필요한 의상 협찬이 전부인 경우도 있다.

게다가 1년 또는 6개월간 동종의 기업광고 출연 금지, 이혼과 같은 극히 사적인 행위도 간섭을 받는다. 광고는 대중문화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 대중문화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중이 광고의 조작된 의도까지 인식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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