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1-02-22 14:20:00

1멀리서 보면

보석인 듯

주워서 보면

돌멩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산 너머 저쪽.

2

아무데도 없다

幸福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보며

가만히 웃음짓는 것.

-조지훈 '幸福論'

어릴 때 이발소에 가면 파리똥이 다닥다닥 붙은 다소 유치한(?) 그림 액자 속, 카알 붓세라는 서양 시인의 시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있었다. 행복을 찾아 산 너머 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왔다는.

요즘은 이런 그림이 붙은 이발소도 찾기 어렵다. 모든게 고급화되었고 세련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복을 못느끼는지도 모른다. 행복은 다소 누추할 때 실감되는 것일까.

행복이란 '멀리서 보면 보석인 듯/주워서 보면/돌멩이 같은 것'이라는 시인의 목소리가 새삼스럽다. 나도 오늘 하루쯤은 마음껏 행복해지고 싶다고 바라는 날이 가끔 있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