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살 길은 개혁뿐"-보이케 세계은 이사 경고

입력 2001-02-21 14:30:00

한국은 민간부문 개혁을 게을리 할 경우 외국인 장기투자 유치전에서 중국에 패배할 것이라고 피터 보이케 세계은행 이사가 지난 19일 경고했다. 또 스탠리 로스 미국의 전 동아담당 차관보는 "한반도 등 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은 완화됐으나 내부 문제가 걱정스럽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공사(IFC) 부총재도 맡고 있는 세계은행 보이케 이사는 이날 필리핀에서 있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둔화는 아시아 국가들이 지난 3년반 동안 회피하려 했던 민간부문 개혁을 추진토록 압박하고 있다"면서, 아시아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 유입을 위해서는 개혁 가속화 이외에 별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 중반 발생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활황에 힘입어 빠른 성장을 기록했으나,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보이케는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해결해야 할 최대 이슈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라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기업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은행들도 눈덩이처럼 커진 악성채무를 해결할 수 있으나,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가 빠르게 회복된다는 핑계로 구조조정을 회피하거나 지연해 왔고, 이것이 건전한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까지 방해하고 투자와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보이케 이사는 "그같은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인도네시아.태국 등을 겨냥, "미국의 경기둔화가 아시아의 개혁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이들 국가에서는 고속 성장을 통해 구조조정 문제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두됐지만, 그럴 개연성이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보이케는 또 "한국 등이 개혁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장기투자 유치 경쟁에서 중국에 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정부가 완전히 변신해 민간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싱가포르를 방문한 로스 전 미국 차관보는 20일 현지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한반도, 중국-대만, 인도-파키스탄 등에서의 분쟁 위험은 완화됐으나 일부 국가의 정치적 위기 등이 심상찮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국내 인기도가 노벨상 등 업적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개혁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목했다.

그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축출 위기, 필리핀 대통령의 실각, 모리 일본 총리의 위기 등을 주목하며 아시아 전반의 국내 불안정을 큰 불안요인으로 파악한 로스는, 앞으로 중국의 대권 향방에 따라서도 상황이 많이 영향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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