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운동장 앞에서 폭발한 사제폭탄 제조범이 고교 2년생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것도 비교적 가정형편이 유복한 집안인데다 곧 '고3'으로 대입시에 몰두해야 할 그런 형편의 평범한 학생이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현실을 두고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할지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더욱 기가찬건 범행동기가 너무나 충격적이다. "큰 실험을 통해 재미없는 세상에 뭔가 쇼킹한 일을 만들고 싶은 호기심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그 학생의 말은 뭘 의미하는가. 돈 씀씀이에도 별 어려움이 없고 그저 따분하고 무료한 일상에 지겨움을 느껴 사회의 이목을 끌어보고 싶은 '소(小) 영웅주의'의 발로가 결국 범행동기라는 얘기가 된다.
사제폭탄의 제조는 원한이나 금품을 노린 테러수단이 보통의 범행동기인데 비해보면 이건 뚜렷한 동기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입시준비에 바빠야할 고2년생이 왜 이렇게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 놓고도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이 사회에 미칠 파장이 어떤건지도 인식못한 채 죄의식없이 저지르게 만든 것인지 우리사회는 그걸 눈여겨 보고 확실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류의 청소년들이 우리주변에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고 이건 제2, 제3의 모방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사회 어느 구석에서 어떤 범죄가 준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예견'을 이번 범죄는 시사해 주고 있다. '컴도사'에 화학에 특히 재능이 있는 그 학생은 부모나 학교의 지도만 제대로 받았다면 그 방면에 유능한 인재가 될수도 있었다.
윤리의식이나 도덕적 가치관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 학생의 인생은 파멸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극성스런 여학생들의 원조교제도 같은 맥락에서 연유한다. 이번사건을 계기로 우선 가정에서 자녀 보살핌에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 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는 인성교육을 팽개친 입시위주 학교교육의 폐단이 부른 범죄임을 교육당국은 깊이 반성하고 '인간교육'에 대한 근원적 처방을 내고 그 실천방안까지 도출해 내놔야 한다.
또 정부는 인터넷의 윤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방도와 함께 청소년유해사이트에 대한 철저한 차단장치와 법적인 제재수단을 근원적으로 강구해 사이버범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 구성원 전체가 감시자가 되지 않으면 곧 학교교정에서 총기 난사가 등장할지도 모를 만큼 '위험수위'에 와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이 준 교훈임을 우리는 절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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