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있으면 도움을 바라고 찾아오는 노숙자가 적지 않은 편이다. 얼마 전에 한 노숙자가 찾아왔다. 옥포에서부터 상인동까지 걸어왔다는 노숙자는 상당히 지쳐 보였다. 대개는 원하는 것을 얻고 바로 돌아가는 편이지만 어떤 이들은 앉아서 간단한 차와 간식을 먹으면서 자신의 살아온 인생과 사정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40대 후반의 그 분도 IMF전까지는 아내도 있었고 자녀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업이 실패하자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분노를 발견했다. 하나는 사회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들을 무슨 벌레처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일을 하고 싶지만 쉽게 고용되지 않아 반복되고 있는 삶의 악순환에 대해서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가정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버리고 떠나 버린 아내를 향해 쌓인 응어리를 이야기했다. 돈이 없으면, 성격이 조금만 맞지 않으면 쉽게 이혼해 버리는 세태를 말하면서 결국 부부라는 것이 그런 것이냐는 하소연으로 변했다. 지금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 그를 격려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줄 가족조차 없다. 그는 빨리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노숙자들에게는 그래도 따뜻한 봄과 여름이 추운 겨울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이기에 하나님께서 짝 지워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부정을 저지른 것 외에는 이혼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는 다음과 같은 서약을 한다.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기쁠 때나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되고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죽음이 갈라놓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서로 갈라선다.
부부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 아픔을 같이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사랑을 나누면서 말이다.
하나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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