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 아들, 남쪽 형 만난다

입력 2001-02-19 14:42:00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대한적십자사가 17일 발표한 제3차 이산가족상봉 북측 방문단 명단에 '향수'등 명시를 짓고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서정시인 정지용(鄭芝溶)의 아들 구인(求寅·67)씨의 이름이 다시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구인씨는 지난해 12월 제2차 이산가족상봉 후보자 명단에 포함됐다가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으나 이번 3차 북측 이산가족 명단에 포함됐다.

구인씨는 6·25때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으러 간다'면서 집을 나간 뒤 50년만에 아버지와 어머니 송재숙(71년 사망), 형 구관(求寬·73)씨와 여동생 구원(求苑·66)씨 등 가족을 찾는다고 밝혀왔다.

구인씨가 보내온 가족 명단에는 지난 50년 납북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 정지용 시인의 이름이 포함돼 있어 같은 북한 땅에 살면서 아버지의 소식조차 모르고 살아왔음을 드러냈다.

당시 정지용 시인은 교직에서 물러나 서울 녹번동(옛 경기도 녹번리)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며 글읽기로 소일하던중 "시내에 갔다오겠다"며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으며 이후 납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인씨의 형 구관씨는 "구인이는 당시 공부도 잘했지만 아버지의 예술적인 재능을 물려받은 탓인지 피아노를 잘 쳤고 형제들중 아버지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제2차 상봉때 오빠 구인씨가 꼭 올 줄 알고 아버지의 시 '향수'를 노래로 만든 카세트테이프와 아버지 관련 책들을 준비한 동생 구원씨도 상봉의 설렘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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