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만학도 최선동씨 서울대 미대 복학

입력 2001-02-19 00:00:00

고희(古稀)를 눈 앞에 둔 만학도가 44년만에 서울대 미대에 복학했다.주인공은 1934년생으로 올해 67세인 최선동(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씨.

어릴적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던 최씨는 6.25전쟁 와중인 52년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졸업을 1년 앞둔 57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정든 학교를 떠나야 했다.

최씨의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쓰러져 어머니, 코흘리개 두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게 됐기 때문.

화가의 꿈을 접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한 최씨는 다섯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고, 그 결과 30대 초반의 나이에 부산 사업소장에까지올랐다.

그러나 최씨의 마음속에는 미술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틈틈이 영업사원을 하며 알게 된 미술애호가에게 평소 대학 동기들의 작품을 팔아주곤 했던 최씨는 60년대 후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림 중개에 나섰다.최씨는 그림 중개일을 하면서 다시 붓을 잡았고, 선천적인 재능에 힘입어 개인전을 여는 등 화가로도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고령이 부담스러워 망설이던 최씨는 지난달 용기를 내 모교인 서울대를 찾았고,미대 교수들은 최씨를 여러차례 면담한 뒤, 서양화과 3학년으로 복학시키기로 결정했다.

최씨는 "70년 가까이 살면서 크게 깨달은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라면서 "아들보다도 어린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과공부와 과외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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