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뒤 50여년간 귀국도 하지 못한 채 중국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온 한 대구출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최근 쓸쓸하게 생을 마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이 할머니는 북한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귀국하지 못하다 지난해 12월 어렵게 중국국적까지 획득했으나 끝내 한국 땅을 밟지못하고 눈을 감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대구 중구 서문로 1가·이하 시민모임)은 중국 지린성 훈춘시에 거주해 온 위안부 출신 조윤옥(76·사진) 할머니가 지난 6일 훈춘양로원에서 폐암으로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대구 대명동이 고향인 조 할머니는 지난 98년 한국정신대연구소 등의 해외위안부 조사활동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게 됐으며 41년 함남 청진위안소에 끌려간 뒤 해방때까지 만주, 훈춘 등지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할머니는 또 당시 위안소 관리인이던 일본군인이 임신방지를 위해 수은이 든 알약을 복용케 했다고 증언, 충격을 줬다.
할머니의 가족을 찾던 시민모임은 지난 98년 할머니의 남동생 용직(69·사망·서울 도봉구 쌍문동), 언니 옥술(78·서울 용산구 한남동)씨의 생존사실을 확인하고 그해 9월 중국에서 3남매의 첫 상봉도 이뤄졌으나 국적문제로 한국땅을 밟지는 못했다.
조 할머니는 이후 각계의 도움으로 지난해 연말 중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병원에 계속 입원해야 하는 등 건강이 갈수록 악화,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을 찾지 못했다.
시민모임 한 관계자는 "조 할머니는 한국말도 유창해 '타향살이' 등 우리노래를 곧잘 부르면서 고향에 대한 설움을 달랬다"며 "현재 시신은 화장된 상태이며 유골을 한국으로 모셔오는 문제를 유족들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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