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을 갖춘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두뇌 한국(BK)21' 사업이 학문 연구와는 무관하게 유용되는 등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 준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 사업의 지원금을 마치 '공돈'인 양 흥청망청 나눠 먹기를 하고, 해외 연수를 명목으로 한 관광이 성행하며, 유흥비로도 마구 쓰여져 어느 대학가에는 'BK 특수'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게다가 대학본부가 대학원생의 통장에 직접 입금하게 돼 있는 지원금을 교수가 다시 거둬 지원 대상이 아닌 학생들에게까지 나눠 주는가 하면, 교수가 학생 명의의 가짜 계좌를 만들어 관리하는 사례마저 있다니 말이나 되는가.
지금까지 투입된 국고는 3천400억원으로 이 돈이 목적과는 상관없이 곳곳에서 새나간 셈이지만, 70% 가량이 인건비조로 지원되는 데다 '연구 여건 조성'이라는 사업의 성격상 뚜렷한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었던 것 같다.
대학의 연구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핵심 고급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학문 후속 세대 양성'에 중점을 두고 1999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말썽을 빚더니 시행 1년6개월만에 이 같이 파행으로 치닫는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05년까지 해마다 2천억원씩, 모두 1조4천억원을 연구비로 지원키로 한 이 사업은 학계로서는 엄청난 경사였으며, 많은 기대를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이 사업으로 연구 수준의 국제화, 경쟁 분위기 확산, 타 대학 출신 영입 촉진 등 긍정적인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당초부터 수도권 대학,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대 밀어주기를 강행해 말썽을 빚었으며, 선정 기준을 둘러싼 시비,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불만 등 역시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수들도 긍정적으로 답한 경우는 고작 28.5%에 불과했다.
이 사업의 지원금이 마구 새는 원인은 지원금을 '공돈'으로 여기는 대학 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관련 기관들의 부실한 관리.감독에서 비롯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원금 사용 내역을 수시로 공개하고, 유용 사실이 드러나면 환불하는 등 벌칙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연구 실적을 평가해 지원금을 엄정하게 배분하고, 현재로서는 크게 부족한 감독 인력도 늘려 사업비 운용 실태를 상시로 철저히 관리.감독해 평가에 반영하는 장치를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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