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가족 찾아준 경찰아저씨

입력 2001-02-14 08:00:00

아버지는 현재 경기도 가평에 살고 있다. 어릴 때 집안 사정상 대구에 있는 삼촌댁에 살았는데 가족 나들이 도중 그만 길을 잃어버려 50년 동안이나 고아처럼 지내 오셨다. 항상 가슴에 한이 맺히셨는지 술만 드시면 어릴 적 얘기를 자주 했다.

그런데 지난 해에 아버지의 고향인 대구에서 대학생활을 하게 됐다.

첫 해에는 기숙사에 있을 수 있었지만 2학년 때는 하숙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버지가 내려오셔서 학교근처에 방을 쉽게 구했다.

무사히 방을 구하고 아버지는 "대구에 온 김에 친척이나 한번 찾아보자"고 해서 불로동에 있는 불로 파출소를 찾게 되었다.

사촌형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어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파출소를 찾은 것이었다. 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파출소 직원들은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고 몇 시간 동안이나 조회용 컴퓨터로 전국에 있는 동명인들을 일일이 확인해주는 게 아닌가.과외 업무로 인해 짜증이 날 만한데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민원을 처리하는 모습이 오히려 미안할 정도였다. 그날은 친척들을 찾지는 못했지만 며칠 후 대구 비산동에 살고 있는 5촌 당숙을 찾게 되었다고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50년만에 사촌들을 만난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펑펑 우셨고 5촌 당숙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찾지 못했던 친척들을 경찰 아저씨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며칠만에 찾게 된 것이었다.

경찰 아저씨들의 친절함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장영미(영남대 섬유패션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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