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로맨스 '글래디에이터'(검투사·Gladiator)가 73회 아카데미 영화상 최우수 작품 및 감독 등 12개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미국 AMPAS(영화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13일 발표한 후보작 명단에 따르면, 또 대만 출신 리안(李安) 감독의 정통 무협서사극 '와호장룡'(臥虎藏龍)이 역시 최우수 작품 및 감독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진출이 기대됐던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은 40여편과 경합 끝에 탈락했다.
7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오는 3월25일 LA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의 사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글래디에이터'는 1960대 이후 영화 장르에서 사라진 로마 시대의 웅장한 스펙터클을 다시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미상 최다 수상작인 1959년 '벤허'와 1997년 '타이타닉'의 11개 부문 수상기록을 경신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와호장룡'은 대사를 영어 자막으로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도높은 액션과 독특한 시각 효과(대나무 위에서 새처럼 가볍게 몸을 날리는 무사들의 검법), 러브 스토리, 여배우들의 캐릭터 등이 한데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북미지역에서 지난 10주 동안 6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외국어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수립했다.
최우상 작품상 후보에는 글래디에이터·와호장룡 외에 재벌 전기회사의 식수 오염 사건을 다룬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마약 스릴러 '트래픽'(Traffic·거래), 새로 문 연 초콜릿 가게를 통해 프랑스 한 작은 마을의 변화와 개방을 조명한 '초콜라'(Chocola· 초콜릿) 등이 포함됐다.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를 그린 로버트 제메키스의 '캐스트 어웨이'(표류자, Cast Away)는 예상과 달리 작품상·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다만 체중을 20여㎏이나 줄여 가며 혼신의 연기를 펼친 톰 행크스가 남우 주연상 후보에 랭크된 것으로 체면을 유지했다. 감독 제메키스는 1994년 '포레스트 검프'로 최우수 작품·감독상을, 행크스는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감독상 후보로는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의 스티븐 소더버그,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와호장룡'의 리안, '발레댄서'를 꿈꾸는 가난한 소년의 성공담을 그린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의 스티브 댈드리가 선정됐다. 그 중 소더버그 감독은 감독상 후보에 두번 올랐는데, 한 감독이 두 작품으로 동시 지명되기는 1974년 '대부 2'(Godfather Part II) '대화 '(The Conversation)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이후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미 영화감독 조합상(시상식 3월10일)에서도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으로 두번 지명됐다.
남자 주연상 후보에는 행크스 외에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전기를 다룬 작품 '폴록'(Pollock)의 에드 해리스, 표현의 자유 투쟁을 소재로 한 '깃촉펜'(Quills)의 제프리 러시, 쿠바 망명작가의 일대기를 그린 '밤이 오기 전에'(Before Night Falls)의 하베에르 바르뎀이 올랐다.
여자 주연상을 놓고는 '에린 브로코비치'에서 재벌회사의 비리를 캐내는 변호사 보조역을 맹렬히 연기해 낸 줄리아 로버츠, 고단한 세상살이 남매의 애정을 주제로 한 '날 믿어도 돼'(You Can Count on Me)의 로라 린니, '꿈을 위한 진혼곡'(Requiem for a Dream)에서 약물 중독자로 나온 엘런 버스틴, '초콜라'에서 초콜릿 가게 주인을 맡은 프랑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 정치풍자 스릴러 '경쟁자'(The Contender)에서 부통령 후보역을 맡은 조앤 앨런이 경합을 벌인다.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는 '와호장룡', 모델·기업가, 살인 청부업자 등의 서로 다른 삶을 통해 멕시코 사회의 단면을 그린 '아모레스 페로스'(Amores Perros) 등 5작품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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