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요법 성행, 효험논란

입력 2001-02-13 12:25:00

"생각을 집중하세요. 뭐가 보입니까" "돌로 만든 탑이 보이는데요..." "당신은 전생에 '돌탑'이었습니다" 12일 오후 대구 중구 약전골목 모 한약방.

이른바 '전생요법'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이곳을 찾은 김모(28·남구 대명7동)씨는 자신이 전생에 돌탑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황당해 했다. 1시간 전 이곳을 찾은 김씨는 '전생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새소리와 물소리에 귀를 잔뜩 귀울인 채 전생요법 시술자의 지시에 따라 꽃밭, 들판, 산 등의 장소를 무의식속에서 옮겨다녔다.

시술자는 김씨가 연인에게 고백을 하게 돕는 등 김씨 자신이 평소 간절히 원하거나 두려워하던 일을 정면으로 부딪쳐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방법으로 전생체험을 진행시켜 나갔다.

최면에 걸린 환자를 '전생'으로 퇴행시킨 가운데 '암시'를 걸어 '현세'에서 겪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는 게 전생요법 시술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정말 내가 전생을 체험한 것인지 시술자의 암시에 따라 조작된 기억을 더듬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신반의 했다. 시술자는 "최면치료가 과학적이기 때문에 최면을 통한 전생치료 역시 과학적"이라며 "피시술자가 먼저 전생이 있다고 믿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생요법으로 환자를 시술하는 곳이 대구시내에 3∼4곳이 생겨나면서 효험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의 한 교수로부터 전생요법을 전수받았다는 이들 시술자들은 '과학적'이라며 주장하며 10만원의 진료비를 받고 있다.

반면 의학 전문가들은 "최면에 빠진 환자는 근육 이완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얻으면서 일정한 치료효과를 보지만 최면을 매개로 한 전생요법은 심각한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를 대체로 부인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정신과 김형배 교수는 "평소에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전생이라는 강한 '암시'를 받으면 오히려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전생체험에 너무 탐닉하면 현실생활이나 인간 관계를 부정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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