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잔치판 돼 가는 지역 유통업계

입력 2001-02-13 08:00:00

국내외 대기업들의 지속적인 대구 시장 침투로 지역 중견기업은 중견기업대로, 소규모 영세상인은 영세상인대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유통업.

매장 규모 2천평 이상의 외지 대형 할인점 7개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최근 1~2년 사이 대구에 있는 200~500평 규모 대형 슈퍼마켓 5개가 문을 닫았고 올들어서도 영업 중단 위기에 있는 점포가 속속 생기고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1천평 이상의 중대형 할인점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기업 계열사 할인점의 물량 공세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아 점포 용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 할인점의 지역진출 러시는 앞으로도 계속돼 지역 중견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않는 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거대자본을 동원한 대기업들은 할인점 시장에서만 지역 상권을 죄는 게 아니다.

최근들어 소매점에서 뚜렷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분야는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체인점 시장. 외국계 또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 형태를 띤 이들 체인점은 지역 경기가 최악으로 빠진 IMF 이후 대구에서만 50개 가까이 문을 열었다.

대형 할인점이 지역 중견 유통업체의 목을 죈다면 패스트푸드점 등은 대구의 소형 식당과 분식점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거대 자본을 동원한 이들 체인점은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막대한 물량공세를 통해 매출 신장세를 유지한 반면 지역 상인들이 운영하는 소형 점포는 연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대구 시내에 영업 중인 한 외국계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한달 매출이 2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IMF 이후 제조업 분야에서 지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한데 이어 유통까지 대기업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며 "대구시를 비롯한 행정기관과 개인사업자들은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체계적인 운영전략을 뒤늦게나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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