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젊은 의경이 자살한 까닭

입력 2001-02-13 00:00:00

"고참들이 귀대가 늦었다고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다. 겁이 나서 부대에 들어가지 못하겠다"

지난달 29일 수성구 만촌1동 모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목을 매 숨진 중부경찰서 소속 함효열(22·전남 순천시 연향동) 일경의 죽음에 의혹이 일고 있다.

함 일경의 여자친구는 "효열씨가 설 특별휴가를 나온 지난달 23일 오후 몹시 불안해하며 통화를 한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지난달 정기휴가때 부대에서 맞았다며 허벅지의 패인 상처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함 일경은 지난달 23일 설 특박휴가를 받아 대구 동구의 동료 집에 머물다 오전 11시쯤 집을 나간 뒤 일주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함 일경이 전남 순천의 모대학에 다니다 지난해 7월 의경으로 입대한 뒤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에 배속된 것은 지난해 9월. 함 일경의 형(24) 등 유족들은 "활달하고 병원 한 번 다닌 적 없는 효열이가 입대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말수가 줄고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함 일경의 형은 "고참들이 '전라도'라고 효열이를 부르고 내무반 출입문에 머리를 박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구타와 함께 정신적으로 괴롭혔다고 휴가때 말했다"고 주장했다.

함 일경을 네차례 진료한 대구 ㄱ병원 담당의사는 "함 일경이 처음 진료를 받을 때 고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으나 우울증세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함 일경과 가장 친했고 숨지기전 설 특별휴가때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동료(22)도 함 일경이 숨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고참들의 구타의혹'여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계속 욕만 먹는다.

고참들이 굴리고 때린다.

적응을 못하겠다.

20여일전부터 사람많은 곳이 싫고 의욕이 없다'(지난해말 대구 ㄱ병원의 함 일경 진료기록)대구경찰청은 현재 중부경찰서와 진료병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군입대 7개월여만에 숨진 함 일경의 사인을 제대로 밝혀낼지 의문이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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