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主敵 개념 수정요구 배경

입력 2001-02-12 14:03:00

북한이 남한의 '주적' 개념과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개최를 연계시키고 나온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제5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주적'개념을 들어 남북국방장관회담을 여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당초 이달말이나 3월초 제2차 남북국방장관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이런 입장을 보인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으로서는 새로 출범한 부시 미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 및 방향을 확인한 뒤 대미.대남 군사분야 전략을 수립하는데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클린턴 전 행정부가 남한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했던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부시행정부에서는 어떻게 변화를 겪을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북간 국방장관회담을 해봐야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현재로서는 부시 행정부의 의도를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는 첫 계기가 오는 3월말께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이라고 할 때, 북한으로서는 적어도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국방장관회담 지연의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보인다.

이미 남북은 4차례의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에 필요한 'DMZ 공동규칙안'에 합의하면, 북측지역에서 제2차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남측의 국방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장이 공동 서명한다는 데 사실상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그런 만큼 사실상 공감을 이뤘던 부분을 이유없이 번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명분이 '주적'문제였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지난 1995년도 국방백서를 시작으로 2000년도까지 6년째 '주적'개념이 유지된 이후, 북한은 여러차례 '주적'개념 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북한 평양방송은 지난해 12월24일 한국민족민주전선 방송을 인용, "주적론을 철회하지 않는 한 남북 합의사항들이 제대로 진척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분별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 이후 남북적십자회담과 남북전력회담, 군사실무회담에 응하는 등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데 별 말이 없다가 이번에 또 다시 들고 나왔다.이렇게 볼 때 북한이 '주적'문제를 새삼 거론한 것은 남북국방장관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이기보다는 회담 지연의 명분으로 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남북 국방장관들이 만나 △군사직통전화설치 △대규모 부대이동 및 군사연습 사전통보 △군인사 교류 △남북군사위원회 구성 등 군사분야 현안을 논의해봐야 현재로서는 별다른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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