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대구경제의 희망찾기-티타늄소재 '한국대표 기업'

입력 2001-02-12 08:00:00

KPC는 국내 최고 티타늄 생산업체다. 티타늄은 무게가 철강의 60% 정도이면서 강도는 더 뛰어난 물질. 10년전만 해도 산업용 소재나 우주항공 등 특수분야에만 쓰였으나 지금은 골프채, 안경테, 등산장비, 인공관절 등 의료.레저 분야에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이 업체의 기술력은 정부 각 부처가 인정을 한다.

과학기술부가 주도하는 'G7(선도기술산업) 프로젝트'의 티타늄 분야에 3년째 참여하고 있으며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민군겸용 소재산업 내충격 분야에 참여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의 공동 프로젝트는 탱크, 항공기 등에 들어갈 특수 티타늄 소재 개발과 함께 인공관절, 치아 등 민간 의료분야까지 동시에 개발하는 것으로 지난해 시작됐다.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대구는 '한국 티타늄의 메카'로 자리잡는다.

창원특수강, 한국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특수강 관련 업체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소재 부분을 이 회사가 만들어낸다. 현대.기아자동차도 KPC가 공급하는 금형용 특수강 소재가 없으면 차를 못만든다. KPC의 주조 실력을 이들 대기업이 인정한 까닭에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해낸 결과물들이다. 국내 특허 15건, 미국 특허 2건을 갖고 있다.

국내에 3대 뿐인 진공용해로(산화티타늄을 화학처리해 만든 티타늄 스폰지를 진공용해해 금속티타늄으로 제조하는 설비)를 KPC가 갖고 있다. 진공용해설비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만 갖고 있는 고난도 기계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티타늄을 5년전부터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티타늄 가격은 t당 4천만원. 국내에 연간 3천t이 소비되니까 1천200억원 시장이 형성된다. 티타늄은 소재산업이므로 이 제품을 활용한 부가가치는 10배이상이 된다.

이 회사가 티타늄 소재 개발에 나선 것은 주조.단조.밸브를 생산하면서 닦은 노하우를 그대로 접목시킨 때문. 스테인리스 밸브 가운데서도 고급 시장 쪽은 기술.매출 기준으로 국내 1위. 그러다가 티타늄 밸브 개발로 눈을 돌리게 됐고 국산화에 성공, 완제품 수출까지 하고 있다.

여기서 노하우가 축적됐다.

현재 대구 특화산업인 안경테 고급화를 위해 대구시.대구보건대와 소재 국산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대구시가 이 회사와 손잡게 된 배경이 재미있다.

안경테 고급화를 위해선 티타늄 흄관 국산화가 필수적인데 우리는 전부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는 실정. 티타늄의 원가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우리업체가 만든 이익 대부분을 일본에 넘긴 꼴이다.

대구시는 국내에서 티타늄 생산에 일가견이 있는 업체를 서울.창원 등 기계 금속공업이 발전한 지역에서 수소문하다가 KPC가 대구에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새삼 자부심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수입하는 티타늄 홈선 가격이 kg당 40만원. KPC는 이것을 국산화할 경우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안장홍(48)사장은 "현재 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근접해 가고 있지만 정부기관과 공동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끝나는 2~3년 이내 올라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업계에서는 항공산업 이외 화학공장 설비 등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특수 분야를 제외하면 KPC의 기술력이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린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제조업체의 종업원 1인당 매출이 1억~1억2천만원선인데 비해 이 업체는 1억5천만원. 안사장은 향후 2년이내 현재보다 2배 늘어난 3억원 정도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기 때문에 가능하다.

매출액의 5% 가량을 투자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회사출연금의 3배 정도니 실제 매출액의 20% 가량이 연구개발에 투입된다고 보면 된다. 실험 한번에 1천만원씩 들어가는 것도 예사다.

이 정도이다보니 다른 업체들이 따라올 생각을 못한다.

이 업체는 재래식 산업도 발전시키기에 따라 얼마든지 첨단화.고부가가치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사장은 "첨단이란 개념이 반도체나 정보통신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대구의 소재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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