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경비 모아 이웃돕기 직장인 모임활동 늘어

입력 2001-02-10 14:58:00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소모임 활동이 활발하다.식사나 술을 마시는 모임 대신 그 경비를 모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돕거나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방문, 후원금을 전하는 모임이 늘고 있는 것.

이들은 연말이나 명절 때 한차례 방문하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불우이웃을 찾아 봉사하고 불우한 처지를 비관, 자칫 탈선의 길로 빠질 수 있는 후원 학생들에게 '좋은 친구'와 후원자가 되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 징수2계 직원 13명은 지난해 12월 회식비를 모아 뜻있는 일을 하자고 의견을 모은 뒤 올해 중학생이 되는 이 모(13)군과 중3인 강 모(15)군의 학비를 지원하면서 이들과 함께 등산을 하는 등 건전 여가활동을 하기로 했다.

이 군은 어머니가 지난 88년 교통사고로 숨진 아버지의 보험금을 챙겨 도망가는 바람에 고아가 됐고 강 군은 95년 부모가 모두 간암으로 숨져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었다.

북구청 공무원 18명은 지난 97년 '밀알회'를 결성, 연 2회 복지시설을 방문하다가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99년 중학생 3명의 학비를 지원키로 하고 지금까지 50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또 대구은행 직원 11명으로 구성된 '서우회'도 98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강모(20)씨의 학비를 지원, 지난해 강씨가 서울대 법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했다. 강씨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어머니마저 생활비 마련을 위해 공장에서 일하다 왼손 불구가 돼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대구은행 이광영 과장은 "강씨의 합격 소식에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오히려 모임의 결속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서구제일종합복지관 박진필 팀장은 "복지관을 통해 불우이웃을 돕는 직장이나 계 모임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취미생활을 함께 즐겨 정서적, 교육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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