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마늘을 먹기 시작한지는 4천년이 훨씬 넘는다. 서양에서 전래된 마늘은 '단군 신화'에도 등장한다.
단군의 어머니인 웅녀가 곰에서 인간으로 변하게 한 '신비의 영약'이라고 기록돼 있으니, 그 효과에 대해서는 예부터 믿음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비슷한 시기에 바빌로니아 왕실은 식용으로 무려 40부셸을 주문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쌓던 노동자들이 마늘이 없다고 집단농성을 벌이자 왕이 마늘을 구해 줬다고 한다. 마늘이 치료제로 부상한 것은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가 편찬한 '박물지'가 시초라고 한다. 그는 뱀의 독을 해독하고 치질.궤양.천식 등 61가지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했다. 중국의 '본초강목'에도 정력과 성욕을 증진시키고 피로 회복과 기생충 구제에 효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근래에는 미국의 한 학자가 위장암과 결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밝히는 등 마늘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마늘 주산지가 대체로 '장수 마을'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김종인 교수팀이 75세 이상 노인의 전국 분포 상황을 조사한 결과 마늘 생산량 5위인 남해가 주민 100명당 75세 이상 노인이 6.76명으로 2위이며, 생산량 6위인 의성과 3위인 고흥을 비롯 군위.의령 등이 6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 생산량 1위인 신안이 5.34명, 2위인 무안이 4.4명으로 전국 평균 2.2명보다 훨씬 많았다. 학계에서도 마늘의 아리신 성분이 살균 작용과 세포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어 장수에 영향을 미치며, 마늘을 주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장을 깨끗하게 하고 세포 조직 속의 독소를 제거하는 등 약리작용을 한다고 보고돼 있다.
실제 남해에선 풋마늘 무침.마늘쫑.마늘장아찌.마늘식혜 등을 많이 먹고 있어 이 조사 결과와 같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듯 하다.
우리의 식생활은 마늘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김치 등 갖가지 음식에 필요한 양념제로는 물론 술과 장아찌 등으로도 활용된다.
그러나 햄버거.피자 등 외래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면서 젊은이들의 입맛에서 밀려나는 추세여서 안타깝다. 중국산이 싸게 들어와 우리 고유의 맛이 희석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무튼 우리의 전통식품에 대한 연구와 보급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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