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영남대병원. 조성모의 '아시나요', 동요 '등대지기', 베토벤의 '미뉴에트'가 은은하게 병동을 휘감아 돌았다. 환자들이 때아닌 음악 소리에 잠시 시름을 놓았다.
연주팀은 15명의 어린이 오케스트라 '크리스털 앙상블'(지도교사 정선영·지영 자매). 오케스트라라 거창하게 불렀지만 가진 악기는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고작이다. 맑고 깨끗한 선율 사이로 더러 실수도 끼여든다. 이것이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매력. 듣는 이를 더욱 편안케 하는 특장이다.
초교 3, 4년생들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가 병원 연주를 시작한 때는 일년 전. 아이들에게 연주할 기회를 마련해 주겠노라던 레슨 선생님들의 욕심이 동력이 됐다. 지금 단원들도 특기 삼아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레슨을 받는 초교생들이다.
하지만 그사이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곳곳으로부터 초대 받는 입장으로 바뀐 것. 지난 X마스 이브 때는 동산병원 소아 병동에서 연주회를 열어 큰 환영을 받았다. 물론 대가는 생각도 않는 일. 잘하면 음료수나 사탕, 그것도 아니면 공짜.
오케스트라가 찾는 곳이 병원으로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거리, 공원, 지하철역,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 생일 잔치에서도 공연한다. 아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실력을 뽐내고 행인들은 때아닌 음악 세례에 발걸음을 늦춘다. 그것이면 족한 일. 좀 더 완벽하고 즐거운 연주를 위해 일요일 마다 화음 맞추기 연습을 하는 것만이 일일 뿐이다.
입시를 위한 틀에 박힌 연주를 추구하지 않는 작은 천사들. 그들의 음악은 시험관 앞에서 쥐어 짜내는 음악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느긋하게 누리는 그것이다. 공부할 시간을 조금 뺏기는 듯도 했지만, 훨씬 더 많은 것 역시 얻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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