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국회의장은 7일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다"며 "만일 해야 한다면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중요하며 대선 득표전략으로 비쳐지는 정.부통령제와 중임제 개헌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이날 매일신문와의 인터뷰를 통해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기존 소선거구 제도로는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대혁신이 필요하다"며 "대선거구제를 통해 돈 안드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또 "국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의장의 당적 이탈이 불가피하므로 여야가 빨리 국회법 개정에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막말.감정싸움 국민이 외면
-이번 임시국회도 안기부 자금 사건 등으로 여야가 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야 모두 민심을 알고 있으므로 민생 및 경제문제를 우선 처리하는 생산적 국회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 임시국회 개회식 때 의원들에게 이성과 논리의 대결을 펼치되 막말 언쟁이나 감정싸움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도록 품위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16대 국회도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날치기 처리가 없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여야 합의하의 국회운영이라는 원칙과 날치기 처리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여야는 당리당략이나 대권전략에 따라 국회를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또 젊은 의원들이 당론에 얽매이지 말고 용기를 발휘할 때 바람직한 국회상이 정립될 것이다.
-개헌론에 대한 생각은.
▲4년 중임제나 정.부통령제 도입은 대선득표를 위한 정략적 발상으로 비쳐질 뿐이다. 만일 해야 한다면 대통령 중심제냐 내각제로 할 것이냐는 권력구조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개헌을 논할 시기도 아니며 불가능한 일이다.
◈정치신인 비례대표로 뽑고…
-선거법 개정에 대한 생각은.
▲일대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출마자 모두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높고 선거후 운동원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사례마저 생기고 있다. 대선거구제로 바꾸고 지구당을 없애며 시.도지부도 연락소 정도로 축소해야 한다. 신인들은 비례대표로 해 4년간의 의정활동을 지켜본 뒤 지역구로 보내야 한다.
-국회의장의 당적이탈에 대한 소신은.
▲국회법대로 소신에 따르다보니 여당으로부터 불평을 살 때가 많았다. 야당으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다. 국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적을 버리는 것이 좋다. 여야가 국회법을 고쳐주기 바란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견해는.
▲외국의 교섭단체 비율을 보면 대체로 5% 내외다. 자민련 문제는 한나라당이 주도적으로 풀었으면 모양새가 더 좋았을 것이다.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 처리과정에서 흠집이 많이 났다.
▲천지신명에 맹세코 여당과 사전 협의한 일이 없다. 오죽하면 당시 "사전에 알았더라면 벼락맞아 죽었을 것"이라고 했겠는가. 야당 총무는 물론 야당 지도부까지도 잘 알고 있다.
-남북 국회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제의한 바 있다.
▲오는 4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리는 IPU총회에 북한의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이뤄질 것이다. 남북경협을 비롯한 남북 정상간 합의가 국회의 동의와 뒷받침을 얻어야만 하므로 국회회담을 언젠가는 열어야 한다. 그러나 결코 서두를 생각은 없다.
-국회 활성화를 위해 의장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는 권한이 더 강화돼야 한다.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게 마련인데 이래서는 안된다. 의장이 의사일정을 정해 의원들을 국회로 불러내야 하며 이래야 국회풍토가 바뀔 수 있다.
-국회운영의 원칙은.
▲국회는 국민의 국회이자 민의의 전당이다. 국회의장은 여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다. 나는 여당과 야당을 한번씩 생각하고 마지막은 국민을 바라보고 의사봉을 친다.
-영남 후보론에 대해 공감하나.
▲유권자 분포로 봐 영남후보가 절대 유리하지만 아무나 나와서는 안된다. 얼마나 깨끗한 정치를 해왔으며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영남 대표성도 영남인 모두가 "저 사람 같으면"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때만 가능하다.
◈유권자는 흑백논리 버려야
-지역에선 여당 입당에 대해 차가운 시선이 여전하다.
▲흑백논리는 버려야 한다. 사람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 38년간 정치를 하면서 소신대로 바른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한다. 의장으로서 여야 치우침없이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출신의 정치인들을 평한다면.
▲정치지도자가 한둘이 아니며 훌륭한 정치인도 상당수 있다. 문제는 단합해서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에 큰 힘을 일구어 낼 수 있느냐다.
대담:서영관 부장대우 seo123@imaeil.com
정리: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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