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 국회 재경위 공방

입력 2001-02-06 14:56:00

여야는 5일 안정남 국세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사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의 배경과 절차, 결과공개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세무조사가 국세청의 고유 업무로서 통상적인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방안을 주문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조사 시기와 방법을 들어 "언론 길들이기용 세무조사"라며 조사 중단 및 연기를 주문했다.이에 대해 국세청측은 이번 조사는 성실신고를 유도하고 세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세무조사의 중단은 있을 수 없다"며 야당측 주장을 일축했다.

◇세무조사 배경=한나라당 의원들은 5년간 중단됐다가 갑작스레 실시되는 점을 들어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과 국세청측은 오는 3월에 조세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일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손학규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1월 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화두를 던진지 불과 20일 후에 언론사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면서 "이로 볼 때 국세청이 자율적으로 조사를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정치적 의도' 여부를 따졌다.

같은 당 안택수 의원은 "누가 봐도 언론에 세무조사라는 철퇴를 가해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이번 조사가 청와대와 문화관광부의 '하청조사'였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이번 조사는 세법 규정에 따른 지극히 기본적인 업무수행"이라며 "언론사 세무조사도 하나의 관행으로 정착되고 언론사의 투명경영의 관행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김태식 의원은 "국세청은 언론사의 법인세액 크기를 기준으로할 것이 아니라 불성실신고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사 같은 힘있는 기관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정공법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남 청장도 "과세공평의 원칙에 따라 95년 신고분부터 조사가 이뤄진다"면서"특히 이번에 전격 실시한 것은 95년 발생분 제세액의 조세시효가 올 3월말 끝나기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사의 투명성.공정성=여야 모두 조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대책을 따져 물었다.

민주당 박병윤 의원은 "이번 조사는 투명성과 공정성 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고, 같은 당 강운태 의원은 "조사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 및 투명성이야말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며 대책을 물었다.

한나라당 손학규 의원은 "언론사별로 투입 인원이 다른 것은 특정 언론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고, 같은 당 안택수 의원은 "동아, 조선, 중앙 등의 경우 관련 회사까지 이잡듯이 뒤지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조사의 중단이나 연기를 요청했다.안택수 의원은 "언론장악 기도에 앞장서는 것이니 연기하거나 중단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따졌고, 김만제 의원도 "세무조사는 탈세의 정보나 탈루소득이 있을 때 해야 하므로 빠른 시일내에 조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국세청장은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진행하되 원칙과 절차를 준수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토록 할 것"이라며 "그러나 국세청이 조사를 나가서 중단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사결과 공개여부=한나라당 의원들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조사결과의 정치적 악용 방지를 위해 세무조사 결과의 전면 혹은 일부 공개를 요구했으나 국세청은 "현행 법률상 불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나라당 김만제 의원은 "세무조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할 생각이 없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했고, 안택수 의원은 "조사 결과를 국민에 밝힐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기재 의원도 "세무조사의 결과는 언론사 보호를 위해서도 발표되지 않아야 하지만 오해 불식을 위해 개별기업의 조세정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전체적인 경향이나 과정, 결과는 공개해야 한다"고 제한적 공개를 요구했다.

반면 같은 당 박병윤 의원은 "조사결과 공개는 법이 주어진 범위내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강운태 의원은 "국세기본법상 과세정보 비밀의 원칙이 있는 만큼 실정법을 어겨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운태 의원은 "다만 조사받은 언론사들이 결과를 스스로 공개하는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정남 국세청장은 "국세청은 일관되게 개별기업에 대한 조사결과는 발표한 바 없다"며 "다만 검찰 고발 등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고발 내용을 발표한 바 있으므로 이번에도 그에 준해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발표시 성실도 면에서 이러이러한 면이 떨어졌다는 내용을 포함할 것인가"라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질문에 대해 "그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광위도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의 언론개혁 배경과 절차 등을 추궁할 예정이었으나 최재승 위원장과 최용규 간사 등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불참으로 공전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