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여기 서있니? 어서 들어가자. 선생님 기다리실라" 늦은 출근이라 바쁘게 들어서는데 한 아이가 교실밖에서 창문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엄마가 오늘부터 유치원 가지 말랬어요"
순간 그 날이 12월 1일임이 생각났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12월 중순에 방학하여 2월 중순에 졸업하는 것이 우리나라 학제이다. 그런데 유독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 중 학기가 끝나지 않은 12월초에 아이들을 그만 다니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방학 중의 교육비가 아깝기도 하고 유치원 졸업장과 초등학교 입학이 아무 관계없기 때문에 4/4분기 교육비를 특기교육이나 학원 과외비로 돌리는 예가 많다.
그래서 해마다 12월 1일이면 유치원을 중도하차 하게 된 원아들이 한꺼번에 밀물처럼 빠져나가게 되고 유치원 교사들은 가슴앓이를 해야한다. 어제까지 함께 뛰놀았던 친구들을 창밖에서 멍하니 바라만 봐야하는 동심이 안쓰럽기도 하고 학부모의 이기심에 섭섭해 지기도 한다.
유아기의 특징이 또래집단과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키우고 기본생활습관을 익히면서 인격형성의 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두고볼때 꼭 그렇게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엔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만남 뒤에는 헤어짐이 있으며,수많은 입학과 졸업 등 항상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새 천년의 시작이 그렇고 한 해의 계획,신혼의 꿈,입학 때의 희망도 다 나름대로의 끝이 있다.
벌써 2월, 연초에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도록 자신을 추슬러볼 때이다. 높아가는 이혼율은 먼 나라 얘기였으면 좋겠고,경제불황 소식도 어제일로 바뀌어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얼마후면 유치원들의 졸업식이 시작된다.
이 땅 모든 학부형과 교사의 만남이 졸업때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는 정겨운 헤어짐의 인사로 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영희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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