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막내 명왕성 퇴출 논란

입력 2001-02-05 14:25:00

태양계의 막내 행성 명왕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구와 태양간 거리보다 40배나 먼 곳에서 248년마다 한 번씩 태양 주위를 도는 명왕성. 그간 꾸준히 명왕성의 행성의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문제를 두고 논쟁이 있었지만 지난 99년 국제천체연맹(IAU)이 행성 이름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명왕성 탈락 위기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뉴욕 자연사박물관 로즈지구우주센터 과학자들은 학계 정설과 달리 명왕성이 작은 혜성과 바위들, 얼음층 등으로 구성된 '카이퍼벨트(KuiperBelt)'에 속한 일종의 얼음 덩어리라는 학설을 내놓았다. 카이퍼벨트는 미국 천문학자 카이퍼가 주창한 것으로 해왕성 바깥쪽에 있는 일종의 소행성대. 이들 천체는 태양계내 인력에 이끌려 종종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오며 이들이 혜성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즈지구우주센터측은 "태양계 가장 바깥쪽에 카이퍼벨트가 있고 명왕성은 거기에 속한 한 천체일 뿐"이라며 "얼음뿐인 이 천체를 행성으로 받아들인 것은 과학적 통찰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1801년 한때 행성으로 불렸던 케레스 소행성은 1년 만에 행성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즈센터 천문관내 태양계 모형에는 행성이 8개밖에 설치돼 있지 않다. 로즈센터 과학자들은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는 근거로 태양계 구성의 5대 요소를 내세우고 있다. 태양계는 △지구와 화성, 목성처럼 땅이 있는 천체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군 △토성, 천왕성 등 가스별 △구름 모양의 작은 천체 집단인 오르트성운(星雲) △카이퍼벨트 등으로 구성되며 명왕성은 명백히 카이퍼벨트에 속해 있다는 것.

또 명왕성이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달리 17도나 기울어진 이상한 공전궤도를 갖고 있는 점도 행성이 아닌 증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천문학계의 대다수 과학자들은 로즈센터의 학설을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고 있다.

명왕성은 1930년 1월 미국 로웰천문대의 톰보(Tombaugh)에 의해 발견됐다. 태양계의 가장자리 가장 춥고 어두운 곳에 있는 행성답게 이름도 저승의 신의 이름을 따서 '플루토(Pluto)' 즉, 명왕(冥王)이라 붙여졌다. 명왕성의 기본적인 물리량이 밝혀진 것은 최근 일이다. 지난 78년 위성인 샤론이 발견되며 명왕성의 질량은 지구의 500분의 1, 달의 6분의 1로 알려지게 됐다. 밝기는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도 14등급에 불과하다. 태양으로부터 평균거리는 39·44AU(1AU = 지구~태양간 거리)이지만 근일점거리 43억2천만km, 원일점거리 73억6천만km로 궤도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다. 때문에 일정 기간 해왕성 궤도 안쪽으로 들어온다. 명왕성이 태양계 9번째 행성이 아니라 8번째 행성이 되는 셈. 명왕성은 지난 79년에 해왕성 궤도 안쪽으로 들어와 99년 2월에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태양계 외곽 행성들은 대체로 목성과 같이 질량이 큰 거대행성들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모두 목성형 행성이다. 그러나 명왕성은 전혀 다르다. 위성인 샤론까지 합쳐도 질량이 지구의 1천분의 1이 채 안된다. 때문에 학자들은 명왕성이 해왕성의 위성이었다가 떨어져 나왔거나, 혜성이 궤도가 변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명왕성이 여전히 태양계내 행성 가족으로 남게 될지 아니면 태양계의 방랑자인 혜성 또는 거대 소행성으로 이름을 바꿀지는 알 수 없다. 아울러 해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10번째 행성의 존재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미래엔 태양계 행성 가족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명왕성이 행성으로 남는다고 해도 생명체의 씨앗조차 없는 암흑 속의 막내 행성에서 감사 메시지를 보내올리도 없지만, 물리적인 특성은 논외로 삼고 그저 지금처럼 행성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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