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림종합건축사무소 이영희회장

입력 2001-02-05 14:34:00

건축가 이영희.그는 "건축은 문화를 생산하고 도시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건축설계는 도시 주변환경과의 친화력과 장소성을 부각하고 이용하는 사람의 편익성은 물론 미적인 아름다움 등 문화적인 가치를 높이고 각종 분야를 접목해내는 종합적인 예술"이라며 '건축설계는 건축물의 평면도를 종이에 그리는 단순작업'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반박했다.

건축에 '인간'을 접목시키기 시작한 우리 현대건축사에 비추어본다면 이영희는 1세대로 불리고 있는 김중업, 김수근의 뒤를 잇는다. 실제로 그는 김중업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70년 '하꼬방'같은 개인건축설계사무소로 시작한 그는 이제 30여년만에 국내 톱5의 최정상에 섰다. 지난 해는 건축사 사무소로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스닥시장에 등록, 화제를 모았다. 그는 "코스닥에 상장됐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지만 도시의 건축문화를 창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강해지고 회사경영이 더 투명해졌다"고 말한다.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서울 광화문의 동아일보 미디어센터와 경기도 분당에 짓고 있는 디자인센터, 여의도의 산업은행 본점 등이 스스로 꼽는 자신의 역작. 2003년 완공예정으로 현재 실시설계중인 대구시립미술관과 제일은행 본점도 그의 작품이다.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건축가가 무슨 CEO로서의 경영철학을 얘기하느냐"면서도 "건축에 대한 투철한 직업의식과 기술적인 치밀함을 갖추고 사회적인 신뢰도를 축적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경영하는 '희림'의 경쟁력에 대해선 체계적인 설계시스템과 330명에 이르는 고급인력 등 조직력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적극 수용, 인간의 감성과 정신이 살아있는 미래지향적인 건축문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건축설계부문에서 ISO인증까지 받은 희림은 이제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지난 해 홍콩 주택공사의 아파트설계 공모에서 1차심사를 통과(8개업체), 최종결과를 기다리고있다. 한국적인 건축문화로 세계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50년대에 건축을 공부하는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모험'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때는 자유분방한 편이었다"며 "판·검사가 되기 보다는 기술을 가져야 안정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공계쪽에서도 건축설계가 보다 자유분방하고 인문과학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주저없이 선택하게된 것 같다"며 건축과 맺게된 인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남들이 '가지않는 길'을 개척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6·25이후 한꺼번에 경제발전을 이루다보니까 질보다는 양적인 성장만 해왔다"면서 "같은 높이에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고 가로중심의 도시계획에 따라 건축하다보니까 도심의 건축물들이 천편일률적인 게 사실"이라는 자성의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이영희씨 이력

·38년 경북 경산생

·경북고, 서울대 건축학과졸

·김중업건축사무소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99건축의 해 조직위 부위원장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 건축상 등 수상

·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회장

·현 재경 경산시 향우회장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70년 건축설계사무소로 시작한 희림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건설 활황기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85년 종합건축사무소로 등록했고 건축설계와 시공감리는 물론,엔지니어링까지 업무영역을 넓혔다.

자본금 50억원에 지난해 매출은 250억원대. 36명의 건축사와 16명의 시공기술사 등 330명의 고급인력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의 종합건축설계사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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