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국회 와히드 탁핵착수

입력 2001-02-02 14:39:00

인도네시아 국회(DPR)가 1일 와히드 대통령이 부패에 연루된 것으로 결론짓고 해명요구안을 발부키로 결의, 와히드 탄핵을 위한 본격적인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국회는 이날 국민각성당(PKB)을 비롯한 친와히드파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특별위가 석달 동안 진행해 온 대통령 부패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의 승인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 393 대 4로 가결시켰다. 국회는 이어 조달청 공금횡령 및 브루나이 국왕 기부금 증발 사건과 관련해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난 와히드에 대해 표결 절차 없이 만장일치로 해명요구안을 발부키로 결의했다.

국회가 해명요구서를 발부하면 와히드는 3개월 이내에 국회에 출두해 답변해야 하고, 거부할 경우 다시 한달 시한을 준 뒤 탄핵소추를 위한 국민협의회(MPR) 비상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탄핵을 위한 첫 단계 조치로 풀이된다.

메가와티 부통령이 이끄는 최대 정당 PDIP(민주투쟁당)은 당초 해명요구안 발의에 반대했으나 이날 총회에서 입장을 갑자기 번복, 반와히드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와히드는 집권 15개월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PDIP가 와히드 탄핵 쪽으로 급선회함에 따라 그동안 중립적 태도를 고수해 온 군부도 조만간 입장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와히드는 PDIP가 자신의 향후 운명을 가르는데 결정적인 열쇠를 쥔 상황을 의식한 듯 이틀 전"메가와티와 군부가 나를 지지하고 있다"고 공언한 데 이어 이날 긴급 소집된 각료회의에서도 사임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었다.

현재 상황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몰아냈던 필리핀 상황과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 1만여명은 2일 오전부터 국회 의사당 주변에서 와히드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진 뒤 도심 도로를 점거해 오후 늦게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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