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기름값 인상 놓고 멱살잡이

입력 2001-02-02 00:00:00

1일 오전 포항시 북구 죽도동 모 은행앞. 말끔하게 차려입은 50대와 평범하게 보이는 40대간에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40대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며 고함을 질렀고, 멱살을 잡힌 50대는 "내 맘이다, 왜?"라고 맞받았다.

이들이 다툰 사연은 이랬다.

은행에 약속을 정해놓은 50대는 교통혼잡 때문에 길이 막혀 시간을 많이 넘겼다. 짜증 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는 은행 계단을 올라 서면서 혼잣말처럼 "휘발유 1ℓ에 5천원쯤 해야 길에 차가 줄어들고 다니기가 쉬울텐데, 에이 참…"이라고 중얼거렸다.

같은 시간 창업자금 500만원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서류를 보완해 오라는 은행원의 말을 듣고 화가 나 발길을 돌리던 40대는 스쳐 지나가던 50대의 이 말에 흥분하고 말았던 것. "가뜩이나 날새면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화나는데 사정이 좀 낫다고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들의 다툼은 주변 사람들의 제지로 4∼5분만에 끝났다. 두 사람은 똑같이 "지독히 재수없는 날"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50대는 3천500㏄ 국산 최고급 차를 몰고 나왔고 40대가 몰고 나온 차는 이미 단종된 소형차였다. 다툼의 원인이 되었던 말 만큼이나 두사람이 타는 차종도 차이가 났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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