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정부 한.미 통상마찰 불 지피나

입력 2001-02-01 08:00:00

현대전자가 한미 통상 마찰의 새로운 불씨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USTR) 지명자는 30일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현대전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제 금융을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에 비춰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하고 WTO 조치들을 위반하고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지 말도록 한국에 대한 압력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죌릭 지명자는 한국 정부가 현대전자의 구조조정도 없이 구제 금융을 제공했다며 "이는 한국내의 더 심각한 문제의 일부로 한국 정부가 약속한 구조조정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지적, 한국의 구조조정 후퇴 가능성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강한의구심을 드러냈다.

죌릭 지명자의 발언은 오린 해치 의원(공화, 유타)의 질문에 답변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해치 의원이 현대전자를 직접 거명한 배경은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회사채 신속 인수가 특정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닌 데도 현대전자만 유독 지목된 것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미국 반도체 업계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계의 이익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한동안은 한미 양국의 현안으로 남아 있을 공산이 높다.

미국 의원들은 지역구에 있는 업체들의 로비에 약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므로 업계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식 축하차 최근 이기호 청와대 경제 수석이 워싱턴을 방문한 가운데 미국기업연구소(AEI)와 미 한국경제연구원(KEI) 공동 주최로 열린 한국 경제 세미나에서 미국 기업들이 이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비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죌릭 지명자가 철강산업에 대해서도 "미국 업계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불공정 거래 대처 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의 전임자인 샬린 바셰프스키 전 대표가 퇴임직전 자동차의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지적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의 통상 압력 강화 조짐이 두드러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죌릭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자유 무역을 강조하며 노동과 환경의 무역 연계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철강산업도 무작정 수입규제보다는 업계의 경쟁력 문제를 직시하는 균형 있는 시각을 보였다"며 "돌출변수만 없다면 한미 통상 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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