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철서 취객 구하려다 희생 유학생 추모 열기

입력 2001-01-29 08:00:00

지난 26일 도쿄의 전철역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26·고려대 무역과 4년 휴학)씨의 넋을 기리는 추도 물결이 국경을 넘어 이어지고 있다.일요일인 28일 이씨가 공부하던 도쿄 아라카와(荒川)구의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赤門會) 등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의 의로운 죽음을 접한 시민들의 조의 문의 전화 등이 쇄도했다.

아카몬카이에 마련된 이씨의 빈소에는 28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과학기술청 장관 부부 등이 찾아와 조의를 표하는 등 각계 조문도 줄을 잇고 있다.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贊) 아카몬카이 이사장은 일본 전국의 240여개 일본어 학원이 중심이 돼 이씨의 죽음을 추도하는 모금 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씨 부모는 29일 저녁 아들이 숨진 신오쿠보역 사고 현장을 방문, 명복을 빈후 JR 관계자를 만나 사고 경위, 보상 문제 등을 협의한 뒤 30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아라이 이사장은 말했다.

한편 도쿄 경시청 등은 29일 오전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표창장을 이씨부모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 신문들은 이씨의 행동은 개인적 성향의 일본인들이 상실했던 진정한 용기를 보여 준 것이라고 극찬했다. 신문들은 이씨의 살신성인을 '정의감, 철로 위에 지다', '용기있는 행동이 비극이 되다', '목숨을 바친 2人' 등에 비유해 표제어로 달았다.

일본 언론들은 28일과 29일에도 도쿄 전철역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26·고려대 무역과 4년 휴학)씨와 일본인 세키네 시로(關根史郞·47·카메라맨)씨의 의로운 죽음을 3일 연속 대서특필, 이씨의 죽음이 한일 우호의 잔잔한 물결로 이어지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숨진 이씨의 할아버지가 과거 일본 탄광에서 강제 노동에 종사하다 일본에서 사망했고, 아버지 이성대(李盛大)씨도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나 전후 한국으로 귀국하는 등 이씨 가족의 역사는 4대에 걸친 일본과의 기연으로점철되게 됐다고 전했다.

이씨의 증조부 역시 일본에서 살던 중 원인 모르게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현씨는 지난 26일 오후 7시18분께 도쿄(東京)도 신주쿠(新宿)구 JR 야마노테센(山手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사카모토 세이코(坂本成晃·37·사이타마현) 씨를 한 일본인 사진사와 함께 구출하려다 전차에 부딪쳐 3명이 모두 숨졌다.

이씨는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무역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1999년 가을께 '시야를 넓히기 위해' 휴학한 후 작년 1월 일본에 건너와 아라카와(荒川)구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赤門會)'에 다니고 있었다. 이날은 신오쿠보역 부근 인터넷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낸 후 기숙 사로 돌아가기 위해 전차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한편 아카몬카이는 이씨의 아버지 이성대(李盛大·61)씨 등과 협의, 학교장으로이씨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영결식은 29일 낮 12시.

시신은 화장하기로 했으며 이씨 부모는 아들이 숨진 시각인 저녁 7시께 도쿄 JR야마노테센(山手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사고 현장을 방문, 아들의 영면을 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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