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대통령 지미 카터는 자신의 책 '나이드는 것의 미덕'(The Virtues of Aging)에서 "중년이 돼 두려운 것은 앞으로도 계속 나이 들어갈 것을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세기의 연인' 오드리 햅번이 죽기 몇 년 전 자니 카슨쇼에 출연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얼굴 가득한 주름에 미니스커트를 입어 더욱 깡마른 다리. 무엇보다 줄담배(명배우는 토크쇼에서도 담배가 허락되는 모양이다)를 피우며 뱉어내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리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로마의 휴일''티파니에서의 아침을' 등의 인형같은 모습은 간데 없고, 고집 센 할머니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평화의 사절로 소말리아에 가서 기아로 굶주린 아이를 안고 눈물 흘리는 모습에서 역시 아름답다고 여겼지만 나이들어감에 대한 안타까움은 여전했다.
또 한사람 안타까운 이가 홍콩배우 성룡(成龍)이다. 그도 벌써 마흔 여섯.
'취권''사형도수'에서의 20대 앳된 청년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의 화려한 액션은 여전히 한국관객에게 유효한 모양이다. 설 연휴 개봉된 '엑시덴탈 스파이'는 대구에서 연휴동안 매진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성룡만큼 똑같은 캐릭터로 20년 넘게 장수하는 배우도 드물다.
착하고 귀여운, 그러나 악당을 만나면 놀라운 파워로 물리치는 정의파. '용형호제''폴리스 스토리'를 거쳐 최근 할리우드에서 찍은 '샹하이 눈'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 '한 곡'으로 끝까지 버티는 끈기는 놀랍다.
그의 가장 큰 미덕은 대역없이 펼치는 고난도 스턴트 액션이다. 갖가지 소품을 이용한 아기자기한 액션은 선 굵은 액션을 선호하던 할리우드에서도 먹혔던 품목이다.
그러나 그도 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의 영화를 자세히 보면 과거의 '나홀로 액션'에서 요즘은 007 영화의 본드걸 개념을 도입해 힘겨움을 더는 듯하다. '엑시덴탈 스파이'에서도 대만 여배우 비비안 수, 한국 여배우 김민을 내세웠다.
액션도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를 위해 있던 액션 소품이 이제는 거꾸로 소품을 위해 그가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때가 많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액션도 통쾌하기보다는 차라리 눈물겹다.
그럼에도 성룡은 여전히 정겹다.
80년대 힘겨웠던 시절, 그렇게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 이가 몇이나 될까. 그의 발놀림에 모두들 통쾌해 했고, 입가에 띤 머쓱한 웃음으로 더없이 정겹게 여겨졌던 그래서 성룡의 나이 들어감이 그자신보다 더욱 안타까워진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