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속의 춤 장면 중 압권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에서 어린 누들스(스코트 틸러)가 헛간의 구멍으로 춤추는 데보라(제니퍼 코넬리)를 훔쳐보는 장면이다. 이성에 눈뜨는 어린 갱의 설렘이 하얀 발레복에 잘 묻어났다.
'백야''플래시 댄스''쉘 위 댄스' 등 춤 영화들이 많았지만 '빌리 엘리어트'처럼 가족애가 묻어나는 감동적인 드라마는 흔치 않다. 영국영화답게 완고함과 따뜻함이 발레에 '미친' 어린 남자애를 중심으로 훈훈하게 그려지고 있다.
파업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진 영국 북부의 한 작은 탄광 마을. 강성 노조원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살고 있는 11세 소년 빌리(제이미 벨). 집안에 따뜻함이 사라지면서 일찍 죽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더하다.
어느 날 빌리는 권투연습을 하다 체육관 아래층의 발레수업을 보고 순식간에 매료된다. 발레 선생인 윌킨스 부인의 권유로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빌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맛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발레는 여자나 동성연애자가 하는 짓"이라는 아버지의 반대로 수업은 중단된다.
성탄절 밤. 텅 빈 체육관에서 혼자 무대를 만들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빌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왕립발레스쿨의 오디션을 허락하고 차비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의 부드러움으로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영화다.
배경은 지난 87년 노조 파업에 강경대처하던 대처총리 시절. 정부와 노조의 대립이 극에 달했으며 강성노조원과 굴복한 노조원들의 갈등 또한 심했던 때였다. 영화는 노조와 경찰, 아버지와 윌킨스 부인, 빌리와 형, 게이에 대한 편견 등 갖가지 대립구조를 발레리나로 성공하는 빌리에게로 초점을 모아 녹여버린다.
빌리의 런던행 차비를 구하지 못하자 시위를 포기하고 아버지가 탄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특히 가슴을 찡하게 한다. "배신자!"라는 차창 밖 노조원들의 야유를 들으면서도 모든 것을 버리고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의 힘겨운 선택이 관객의 목을 메게 한다. 어른이 된 빌리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러간 아버지와 형의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주인공을 맡은 제이미 벨은 실제로 8세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영화에 캐스팅됐다. 힘든 가정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11세 소년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는 경제난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에게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희망찬 영화다. 2월 3일 대구개봉 예정.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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