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차 문제 총평

입력 2001-01-26 14:27:00

74차 논술은 두 가지 기술관을 제시하여 그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통해 바람직한 기술관을 이끌어내도록 의도된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제시문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그것에 대해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면서 논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려는 데 초점을 맞춘 유형이다. 따라서 논술자는 우선 제시문에 나타난 유인석의 생각과 다산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논술문을 통하여 드러내 보여야 한다. 유인석은 유교적 서열관이 정치적 질서와 현실적 효용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고 사회 통치를 위해 이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산은 공간적, 시간적 측면에서의 정체성을 비판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새로운 기예를 수용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다음은 이와 같은 내용을 논술문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 가면서 기술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논리적으로 전개시켜야 한다. 대강의 논리를 세워보면, 먼저 다산의 주장을 부각시켜 가면서 부국 강병을 위하여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야 함을 밝힌다. 다음으로 유인석의 유교적 서열관에 기술의 요소가 보완되어야 함을 밝힌다. 즉, 기술과 그에 의한 생산이 없는 통치는 헛된 명분론으로 흐를 수 있음을 밝히면 이 점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다산의 주장이 무분별한 대외 의존적 기술 도입 주장이 아님을 밝히는 내용을 부연해 주면 될 것이다.

74차 문제 최우수작으로 협성고 2학년 이준환 군의 글을 뽑았다. 이준환 군의 글은 우선 글의 짜임새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논리적인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서론부터 차례로 잘된 부분과 미흡한 부분에 대해 몇 가지 논평해보겠다. 간단 명료하면서도 논제와 관련성을 갖는 화제 도입과 문제 제기가 적절하다. 선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논제 확인도 잘 되었다. 본론 첫 문단에서 제시문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보이면서 전개할 글의 바탕을 마련하고 있는 점이 잘 되었다. 이때 논점을 좀더 분명하게 정리하여 제시할 수 있으면 다음 문단과의 연계성이 잘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본론 둘째 문단에서 기예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하고 본론 셋째 문단으로 연결시키는 점은 단계성을 잘 살리고 있어 훌륭하다. 그런데 문단 구성을 미괄식으로 하고 있는데 수험 논술에서는 두괄식 구성이 분량의 조절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니 이 점 참고 바란다. 결론 문단에서 주제문을 제시하여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글의 통일성도 확보하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 정확하고 적절한 어휘 사용은 논지전개의 정확성, 논리성 문제와 관련하여 논술문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도덕'은 문제를 분석하여 볼 때 '유교적 서열관' 정도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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