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후 개방정책

입력 2001-01-23 00:00: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가운데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을 북한판 '바꿔'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정책적인 측면과 내부여론 측면, 대외관계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정책적인 측면에서 북측이 그동안 준비해온 개방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이 연장선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대외적으로 개방 의지를 확인시킨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측은 그동안 △지난 98년 헌법개정을 통한 시장경제원리 도입 △99년 대미관계 개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개방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기 위한 정지작업을 해왔고 올해 국가경제력에 초점을 두면서 개방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둘째 김 위원장의 방중은 낡은 사고를 탈피하자는 선언을 행동으로 구현한 것으로 북한내의 개혁과 개방 의심론자인 군부의 보수 강경파들에게 설득과 경고의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으로 개방노선의 선봉에 선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군력(軍力), 사상적 위력도 경제력의 발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혁신을 보여달라는 주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차례임에도 의전적 격식을 파괴하면서까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다시 찾은 것은 낡은 것을 털어버리자는 북한판 '바꿔'로 그의 의지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셋째 개혁과 개방에 대한 중국과 남측의 협조 및 지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북측의 현재 경제적 여건으로 볼 때 개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과 남측의 도움이 절실하고 이번 방중을 통해 북측은 적어도 중국으로부터 10차계획기간(2001~2005년) 안정적 지원을 이끌어 냈다는 지적이다.

또 남측으로부터의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의도를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방중과 이를 통한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남북관계의 전략적 구도에 유리하다"며 "교류를 통한 화해협력 증진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제도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측이 개방노선을 지향하는 한 정부는 북측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며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북측의 개방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남측의 정책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곧바로 북한의 개혁.개방선언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중국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고 개혁.개방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의 안정성과 배치되는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계획을 세워가면서 실질적인 조치와 행동을 취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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